두 지역의 인구수 역전에 따른 등가성, 형평성 논리는 정치공학적으로 확전되면 복잡한 양상을 띨 수 있다. 호남권은 비정상적 선거구를 바로잡는 일보다 호남의 영향력 약화를 노리는 정치적 패권주의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호남 약화, 즉 영남-호남 구도를 빼앗길지 모를 정치지형 재편에 선선히 응해줄 입장이 아닌 것이다.
선거구 재조정은 이처럼 지역 대결 구도로까지 번질 휘발성을 지닌 사안이다. 인구수를 근거로 세종을 포함한 충청권 국회의원 수가 광주, 전남, 전북보다 적으니 불평등이라는 논리는 옳다. 하지만 광주보다 선거구 2개가 적다는 것뿐 아니라, 선거구수는 같고 인구가 대전보다 40만명이나 적은 울산의 사례 등도 함께 건드려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호남권에서 심각한 ‘정치적 도전’으로 받아들인다면 의석수 조정은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수도 있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충청권 인구가 호남 지역을 추월했다. 그렇지만 표의 가치 홀대라는 이슈가 첨예화하다 보면 영남권이나 강원, 수도권 등 전국 이슈로 번질 게 뻔하다. 그럴 경우, 인구와 행정구역은 물론 지세, 교통 등 시대상을 반영한 근본적인 선거구 재조정 필요성으로 수렴될 개연성마저 있다.
이미 호남권에서는 선거구 불평등성 주장에 맞불을 놓는다. 선거구에 인구수만이 아닌 행정구역 편제, 지리적 특수성이나 역사성이 혼재됐음을 강조하는 것도 그 하나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정치 개혁 내지 선거제도의 개선과 맞물려 풀자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는 대결 구도가 아닌 정치권의 공감대 속에 정당 간, 지역 간 논의의 틀로 가지 않을 수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대가 실재하는 만큼 대응 논리를 가다듬으며 정치력을 키울 때인 듯하다. 헌법소원 결론이 충청권에 유리하게 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치권 차원의 협상 테이블로 간다는 점을 늘 생각하며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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