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영]교육감은 로또 선거다?

[중도시감]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대전·세종·충남 교육감 선거의 판이 커지고 있다. 현직 교육감이 이런 저런 이유로 출마하지 못함에 따라 잠재적 후보군을 포함하면 3개 지역에 30여명이 넘어서고 있다. 묻는 사람에 따라 출마 여부가 달라지는 촌극도 벌어진다. 그만큼 만만해 보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 왜 난립 양상인가?

교육감 선출은 정당 공천이 없고, 사실상 무소속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뜻과 돈만 있으면 다른 진입장벽은 없다시피 하다. 이런 제도가 교육감 출마를 쉽게도 어렵게도 만드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로또 선거'라는 비아냥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기호 추첨을 잘 해 당선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작 '인품'있는 교육자가 출마를 하지 못하는 구도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어떤 이들은 관선 교육감 임명시절이 그립다고 한다. 교육부가 4년 임기의 교육감을 임명했던 시절이 훨씬 좋았다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교원들이 적지 않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두고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많은 것이 변한 2013년에 20년전 당시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그동안 민선 교육감 선거에 각종 비리가 판을 쳤기 때문이다.

충남교육감 3명이 연속해서 사법처리됐고, 대전의 경우도 여러 인사들이 교육감에 나서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실제 내년 6월 선거에 나설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선거제도에서는 막대한 돈과 조직을 감당할 수 없다며 포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런 국면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은 시급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혹자는 선거제도가 바뀔 수 있다며 이를 기다리다 내년 초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할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동안 교육수장은 폐지된 각 시·도교육위원회에서 간접선거, 학교운영위원들의 간접선거를 거쳐 주민 직접 선거를 통해 뽑아왔다. 3개의 제도 모두가 문제점이 많다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 시각이며 정치권은 현장 목소리를 들어 법 개정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현행 방식의 고수가 유력한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공론화를 하기 위해 시간이 길게 남지 않았고,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로는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를 추천하고 두 후보자가 선거에 공동출마하는 방식, 즉 러닝메이트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럴 경우 2010년 교육감 선거처럼 특정 정당이 우세한 지역에서 1번(새누리당)과 2번(민주당)후보가 묻지마 식으로 당선되는 '로또선거'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의 걸림돌은 헌법 제31조가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는 위헌론이다.

교육감선거의 투표용지 서식을 원형으로 변경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행 투표용지 서식에 따른 후보자 게재순위는 특정 정당 후보자로 인식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발통문식' 원형 투표용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감 후보자 자격요건과 투표권자 범위 등을 놓고도 논란이다. 교육감은 초·중등 보통교육을 총괄하는 지방교육 수장이고 고등교육 분야와는 거의 무관한 만큼 출마자격요건을 초·중등학교 교직 경험을 가진 교육전문가에 국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초·중등 교직원은 현행법상 정치활동이 금지 조항을 풀자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예비후보 등록부터 선거일까지 일정기간 공직에서 한시적으로 휴직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선거는 임박했는데 확정된 것은 주민들이 투표를 하는 직접선거 형태를 취한다는 것 뿐이다. 국회도, 교육부도 이렇다할 묘안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이를 지휘할 교육수장을 뽑을 틀을 다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교육감 선거방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속히 확정, 유권자들의 권리행사는 물론 제대로 된 출마자들이 선거 운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