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충청권의 절체절명의 과제라 해보자. 가만히 있는데 영남이나 호남에서 알아서 해줄 리 만무하다. 충청권 스스로 투표가치의 불평등성, 인구수를 고려한 합리적인 표의 등가성을 찾아야 한다. 관·정 또는 민·관·정이 거너번스적 논의를 함께하는 협의체가 절실하다.
그래서 대두되는 대안이 충청권 관정협의체다. 누가 제안했느냐보다 지역민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제적인 공 다툼,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역 공동 이익이 걸린 주요 현안을 해결하자는 초심을 회복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현재의 선거구 획정 이슈에 대한 전국적인 공감도는 미약하다. 지역 정치권끼리 입장차만 부각하다 선거구 증설이 표류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호남권보다 인구가 많고 의석수가 적으니 조정하자는 논리 하나만 믿고 정파적 이익에 몰두할 때는 그럴 수 있다. 여야 중앙당 차원으로 확대된 지원과 협조가 전제돼야 하기에 더 어렵다.
인구 비례에 맞춰 의석수를 다시 정하는 일은 정당뿐 아니라 지역 간 이익이 걸린 중대사다. 공식화된 논의의 장에서 불리한 정치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정치권과 행정기관, 시민사회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 충청권 여야의 적극적인 협력의 틀이 우선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앙금 탓에 서먹하다면 선거구 조정만을 다루는 이른바 ‘원샷’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어렵게 만든 관정협의체가 몇 달 안 가 너무 쉽게 깨진 불쾌한 경험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 수를 선거구 획정의 기준으로 삼는 기본원칙에서 ‘표의 등가성’은 정당한 가치이고 주장이다. 하지만 충청권 안의 입장 차이부터 극복하고 역량을 모으지 않으면 흩어진 구슬처럼 될 수 있다. 정 어려우면 이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협의체라도 좋으니 논의의 테이블이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