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의료전달체계… 문 닫는 동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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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의료전달체계… 문 닫는 동네병원

진료의뢰서 제출 규정 유명무실… 종합병원 예외규정 악용 '응급실 이용' 등 허위서류 지난해 대전에서만 치과 등 개인병원 70여곳 폐업

  • 승인 2013-11-12 18:11
  • 신문게재 2013-11-13 5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지역의 의료전달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국내 의료 체계는 1차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추가 진료가 필요하면 2차로, 2차는 3차로 보내는 체계다. 이를 지키기 위해 종합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동네의원에서 발급받은 '진료의뢰서'를 제출해야만 진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 종합병원들 사이에서 '진료의뢰서'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사보험 발달과 '감기'조차도 대학병원을 가야한다는 인식으로 대학병원 문턱이 낮아지고 있어 반대급부로 동네의원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진료의뢰서 없어도 대학병원 진료 불편 전혀 없어=현행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1단계 요양급여를 받은 후 2단계 요양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급 병원 진료를 받기위한 조건으로 진료 의뢰서가 있어야 하지만 예외 규정이 있다.

응급환자이거나 분만환자, 가정의학과에서 요양급여를 받는 경우 등은 예외다. 즉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가정의학과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대학병원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진료 의뢰서가 있을 경우에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아닐 경우 '일반'으로 구분돼 100%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병원들은 1차 동네 의원을 거치지 않은 환자들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과거에는 응급실이나 가정의학과 진료를 받도록 하는 편법으로 환자진료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환자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서류상으로 가정의학과 진료나 응급실 진료를 받은 것처럼 절차를 진행하고 보험진료를 하고 있다.

지역의 A 종합병원 관계자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흐지부지된 것이 사실”이라며 “전달체계는 정부 차원의 의료제도 문제인 만큼 환자 인식 확산이 안된 상황에서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사하는 동네병원=당연히 거쳐야할 동네의원 절차가 사라지면서 동네의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대전의 경우 서구 지역에서만 올 한해동안 폐업한 동네 의원들이 28개에 이르고 있다.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는 제외하고 폐업만 집계한 만큼 문을 닫은 동네의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한해 동안 대전지역에서만 70여개의 동네 치과와 한의원,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다.

문제는 대학병원들이 외래진료를 늘리고 있고, 의료전달 체계가 점점 무너져 가면서 실질적인 동네의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네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들이 동네의원에서 검사해온 검사결과나 CT, MRI 촬영 결과를 믿지 못하고 다시 촬영도록 하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더욱 높은 것 같다”며 “외국의 경우 종합병원은 외래를 하지 않는 등 체계적인 의료전달 체계를 갖고 있고, 동네의원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놨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의료전달체계는 무너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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