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대전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회의실에서 김선영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이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외국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 체인점 방식의 점조직으로 9000억원대의 불법게임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불법 도박사이트가 운영되는 가맹 PC방 4800개를 확보하고, 현장에서 현금으로 도박을 유도해 판돈의 12.8%를 떼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일 국내에서 9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임모(45)씨 등 4명을 게임머니를 돈으로 불법 환전한 혐의로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에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본사를 두고 국내에서 '루트 본사'라는 또 다른 사무실을 차려 불법도박 사이트가 설치된 가맹 PC방을 전국에 확산시켰다.
불법도박 사이트가 설치된 가맹 PC방에서는 이용자들이 현금을 내고 아이디를 받아 해당 사이트에서 고스톱·포커 등을 벌일 수 있도록 했다.이 경우 계좌이체 등 기록이 남지 않아, 인터넷 불법도박을 벌인 사람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고, 많은 가맹 PC방을 모집할 수 있었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도박에 거는 판돈의 12.8%를 딜러비 명목으로 챙겼으며, 중국의 운영 본사는 딜러비의 5%, 국내 루트본사는 6%, 가맹 PC방은 89%를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도박사이트가 본사가 높은 수익배당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이번에는 가맹점에 더 많은 수익을 지급해 불법도박 사이트 가맹 PC방을 4800개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이번에 경찰에 검거된 임모(45)씨는 도박사이트 수익금을 찾아간 자금 관리인으로, 134개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454억원을 인출했고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 본사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챙긴 딜러비 중 454억원이 중국 운영 본사의 몫으로 봤을 때, 국내 루트본사는 540억원, 그리고 실제 도박 PC방을 운영한 가맹점에는 8000억 가량이 돌아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또 불법도박 사이트의 서버를 미국 아마존닷컴에 뒀고, 실제 게임사이트의 운영은 중국의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체계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챙긴 110억원을 김제 마늘밭에 숨겨뒀다가 들통난 '김제 마늘밭 뭉칫돈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어 불법도박 사이트의 하부조직인 국내 60개 루트본사와 이에 가입한 가맹 PC방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김선영 사이버수사대장은 “이들은 환전을 위해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점조직으로 움직여 수년간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왔다”며 “불법도박 사이트 조직이 와해될 수 있도록 가맹 PC방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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