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게임장을 운영한 공무원과 조직폭력배 등 실제 업주와 속칭, '전문바지사장'들이 무더기로 검찰의 철퇴를 맞았다.
빚을 갚으려 무모하게 뛰어든 공무원은 오히려 빚더미에 앉았고, '전문 영업팀'까지 고용한 조폭은 석 달 동안 5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대전지검 서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성진)는 올해 3월부터 관내 불법게임장을 집중단속한 결과 모두 48명을 적발해 이 중 15명을 사행행위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3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공무원 신분을 이용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2000만 원 등 모두 4500만원을 대출받아 바다이야기 게임기 60대를 구입한 대전 모 우체국 소속 공무원 박모(46ㆍ8급 사무직)를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동안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전 자양동과 천안 성정동에서 게임장을 옮겨 다니며 불법게임장을 운영했다. 박씨는 개인 채무 5000만원을 갚기 위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시작했다.
하지만, 영업노하우 없이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단속 위협에다 영업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수익금까지 착복하는 악재까지 겹쳐 결국 빚만 1억원으로 늘어 옥탑방에서 살았다.
검찰은 바지사장과 아르바이트 종업원 수사 과정에서 배후에 실업주와 전문 영업팀이 관여한 정황 포착돼 윗선을 추적해 결국 실제 업주인 박씨를 체포했다.
대규모 기업형 불법게임장을 운영해 4개월간 모두 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순수익금 3억6000만원을 챙긴 '구미주파' 소속 A(35)씨도 구속기소됐다. A씨는 전문영업팀(일명 '박스')을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하루 평균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영업팀은 관리부장 3명, 홀과장 1명, 경리담당 직원 1명 등으로 구성돼 손님 유치와 게임장 관리, 영업수익금 정산 및 보고 등을 담당하면서 전문경영 형태로 불법게임장을 운영했다.
모두 19건의 불법게임장 영업에 관여한 전문바지사장 B(57)씨도 덜미를 잡혔다.
B씨는 2012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게임장 건물 임대차계약 명의 등을 제공하면서 불법게임장 가짜 업주 행사를 하며 형사처벌을 받는 조건으로 속칭 '일비' 명목으로 하루에 10만~20만 원을 받으며 도피생활을 해왔다.
실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속칭 '바지값' 명목으로 건당 500만~1000만원 상당을 사례금으로 받기로 약정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단속된 불법게임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영업팀 운영이다. 기존에는 소규모 자영업 형태로 운영됐지만, 최근 들어 불법게임장 업주 1명 또는 동업자 여러 명이 자금을 투자하고 실제 영업은 오랜 기간 불법게임업계에 종사하면서 영업노하우를 보유한 전문영업팀에게 맡기는 형태로 진화됐다. 다시 말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 형태의 기업형 불법게임장이라는 얘기다.
박성진 부장검사는 “불법게임장 근절을 위해선 배후에 있는 실제 업주를 추적해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종사자들의 공통 통화내역 분석 등 정보를 통합관리라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치밀하고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뿌리를 뽑겠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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