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일상화 되면서 요즘에는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카페라떼 그란데'를 기준으로 한 '라떼지수' 혹은 '스타벅스 지수'로도 각국의 물가를 비교하기도 한다. 코카콜라, 하인즈케첩, 기네스 맥주 등도 물가 비교의 지수로 종종 쓰인다. '빅맥지수'와 '스타벅스 지수' 외에 전 세계 주요도시 32개의 김치찌개 값을 조사해 어느 나라의 물가가 비싼지를 비교한 '김치지수'가 있다.
2005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김치찌개 가격 지수인 '김치지수'가 새로운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에게 김치는 겨울을 문턱에 앞둔 이맘때를 '김장철'로 부를만큼 음식 그 이상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 들어서는 김치의 유산균이 의학적, 영양학적으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즈콩, 일본의 콩과 함께 건강에 가장 좋은 5대 음식으로 뽑히도 했다.
얼마전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담그는 비용을 수치로 나타내는 '김치지수제'를 처음으로 도입,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조사했던 배추와 무, 고춧가루, 마늘 등을 하나로 묶어 4인가족을 기준으로 김장에 들어가는 배추 20포기와 무10개, 고춧가루 1.86kg, 깐마늘 1.2kg 등 13개 주요 품목의 소매가격을 바탕으로 '김치지수제'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올해 첫 발표된 농식품부 기준 이달 김장비용은 19만5214원으로 김치지수는 91.3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치지수'는 이미 김치의 수급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말 정부의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도입이 논의됐었다. 문제는 수치상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김치지수의의 이면에는 올해 기상여건이 좋아지면서 가을배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6~11%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벌써부터 정부의 '산지폐기'계획이 들리는가 하면, '김장 일찍담그기' 등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년전 배추 가격이 폭등했을때 정부는 배추가격이 떨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김장을 하거나 배추 한포기씩 덜 담그기 운동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김치의 수급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김치지수'가 자칫 실제 현실은 뒤로 하고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홍보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지수개발에 앞서 정부의 보다 안정적인 물가 안정정책이 필요한 때다.
오희룡·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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