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찾은 대전동물보호센터. 동물구조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다. |
조용하고 쓸쓸해 보였다. 유기견들의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에게 당한 배신 때문에 입을 닫아버린 것인지, 사람이 입을 막아버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적막했다.
대전동물보호센터는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기부도 받지 않고, 시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센터에서 돌보는 개와 고양이는 200마리 안팎으로, 개가 60% 정도를 차지한다. 크기나 종류에 따라 8개의 방에 나눠 관리한다. 대전에서 버려진 애완동물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이는 2명의 동물구조사다.
매일 10여마리 정도의 유기견이 센터의 새 식구가 된다. 이 중 1~2마리는 두 달간 공고를 통해 주인을 찾아주고, 공고기간이 끝나면 3마리 정도는 분양되며 나머지는 이곳에 살다 죽거나, 안락사 된다. 다친 동물은 수의사의 치료 후 분양된다. 고양이의 경우 1년에 20여마리 정도만 주인을 만난다. 분양률이 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틀에 한 마리 정도는 중성화 수술 후 돌려 보내진다. 토끼, 고슴도치 등의 동물이 구조돼 오는 경우도 있다.
보호센터는 자원봉사 인원과 시간을 제한한다. 시간은 오후 1시 시작하며, 하루 자원봉사자는 10명만 허용한다. 대부분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학생들이다. 이날은 모두 4명의 학생이 왔다. 자원봉사에 대해 안내하는 사양관리사와 둔산여고 1학년인 두 학생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흰색의 방역복을 입고 장화와 면장갑, 고무장갑을 착용했다.
유기동물의 방과 운동장 청소가 임무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짖는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그러나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니 이내 적응돼 서로 열심히 했다.
한 방에 30여마리 되는 강아지를 운동장으로 옮겼다. 담요와 발판을 수거한 뒤 바닥을 물청소하고 소독했다. 시간이 꽤 걸렸다.
잠시 쉬는 시간, 자원봉사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뛰어다녔다.
유원선 사양관리사는 “아이들은 강아지들을 보고 싶어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놀게 해준다”고 말했다.
물기를 닦아내고 애견들의 방을 다시 꾸몄다. 물통과 밥그릇도 씻어 놓아줬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애견들을 다시 방에 들여보내야 했다. 들어가기 싫은 듯 몇 마리는 쉽사리 우리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늘이 처음은 아니라는 진미정(16) 양은 “어떤 강아지들은 다가가면 두려워 도망가는 것 같고, 어떤 강아지들은 쓰다듬어주면 계속 따라 다닌다”며 “두려워하는 강아지, 사랑받고 싶은 강아지 모두 외로워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애견들의 저녁을 챙겨주는 것으로, 하루 봉사활동은 끝났다. 자신이 길렀던 강아지도 아닌데, 왜 자원봉사를 할까.
이정우 센터 보호팀장은 “강아지를 사랑하는 분들이고 정 때문에 한번 시작하며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며 “실수로 잃어버렸겠지 생각하고, 처음 키울 때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민(16) 양은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단다. “사랑하긴 했느냐고, 장난감은 아니었냐고….”
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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