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고물 줍기 - 용돈 만들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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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고물 줍기 - 용돈 만들기의 추억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 승인 2013-11-05 14:52
  • 신문게재 2013-11-06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초겨울 싸늘한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왠지 모르게 옛 추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어렵던 순간을 이겨낸 일일수록 더욱 또렷하게 떠오른다. 요즘 아이들의 대부분은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면서 용돈 걱정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용돈이라는 것은 몇몇 아이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학비를 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언제나 주머니는 빈털터리였다. 노트와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을 구해쓰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처럼 과자나 사탕을 사먹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주전부리를 사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고물을 주워 모으는 일이었다.

요즈음은 종이, 병, 깡통, 철물, 유리, 플라스틱 등이 너무 흔해서 처리하는 비용이 너무 들어가고 환경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분리수거를 통한 자원재활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삼십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은 쓰레기에 불과한 이모든 것들이 모으기만 하면 귀한 자원이었다. 곧 돈이 되었다. 곧 바로 돈으로 바꿀 수도 있었고 필요로 하는 물건과 바꿀 수도 있었다. 날마다 마을을 찾아오는 엿장수가 고물을 엿뿐만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나 돈으로도 바꾸어주었다. 큰 병 같은 것들은 마을의 조그만 상점에 가지고 가면 물건이나 돈으로 바꾸어 주곤 하였고 양이 많을 경우에는 고물상에 가서 돈으로 바꾸곤 하였다. 특히 큰 병들은 귀해서 큰 병 하나에 라면 한 봉지를 바꿔주기도 하였다. 큰 병과 바꿔먹은 라면의 맛은 지금과 비길 데 없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고물들을 모으려고 애썼다.

마을 아이들은 고물을 주우러 몰려다니기도 하였다. 고물을 많이 모은 아이는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어떤 아이는 고물을 팔아서 학교에서 권장하는 저축을 많이 해서 상도 타고 상품으로 공책이나 연필, 크레용 등을 받기도 하였다. 어떤 아이는 깡통에 동전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만들거나 돼지저금통이나 우체통처럼 생긴 저금통에 고물과 바꾼 몇 푼의 동전을 모으면서 뿌듯해하곤 하였다.

이렇게 모은 동전들로 새끼 토끼나 병아리를 사다가 기르기도 하였다. 고물을 줍는 아이들은 왁자지껄하면서 자신의 꿈들을 펼치곤 하였다. 고물을 주워서 토끼나 병아리, 오리 등을 한두 마리 길러 새끼를 치게 하고 많은 새끼들을 키워 팔아서 돼지와 송아지를 사고, 돼지와 송아지를 키워 팔아서 공부도 하고, 새집도 짓고 장가들어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푸른 하늘과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 시절 그 꿈들이 오롯이 오늘을 있게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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