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체육회 소속 궁도팀 <사진 왼쪽부터> 노대현, 임범수, 이의준, 박성용, 김경원, 임경빈, 오정세 선수가 제94회 전국체전 궁도 종합우승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전의 '대전 궁도 우승 역사'는 취미로 활을 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만든 것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감독도 없이 훈련을 하며 팀장 역할을 한 김경원은 조폐공사에 다니고, 박성용, 오정세, 이의준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 그나마 궁도와 함께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임경빈은 국궁 전문용품점을 운영하고 있고, 임범수는 교도관이다. 이들은 각자 생활을 하다가 격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간 만나 훈련을 했다. 퇴근을 하거나 가게 문을 닫고, 저녁에도 만나 훈련을 하기도 했다. 전국체전이 다가오면서 50일 동안 인천에서 원룸을 얻어 현지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다른 종목의 선수를 하다가 궁도 선수로 전향한 이도 있다.
김경원은 조폐공사 소속 레슬링 선수를 하다가 그만 둔 뒤 취미로 시작한 궁도가 전국체전 출전까지 이어졌고, 임경빈도 경륜을 하다가 양궁 선수 출신인 부인의 권유로 활을 잡게 됐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양궁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임경빈의 아들은 내년에 대전체고에 입학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궁도를 벗 삼아 지내던 이들은 대전시체육회가 전략적으로 만든 궁도팀에 합류하면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함께 연습을 하며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임경빈은 “우린 실력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체전에서 우린 다크호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면서 “영화 '활'이 흥행하면서 궁도에 대한 인기도 높아져 국궁장 회원이 늘고 있다. 그만큼 궁도 선수들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대전에 기여를 한 궁도팀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특히 이들이 체전을 앞두고 현장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했지만, 정작 자비로 출전비를 충당한 게 대부분이다.
그나마 주변 궁도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줘 가능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훈련비 지원도 아쉽다. 다른 시·도에선 훈련비를 적극 지원해준 반면, 대전은 예산의 한계 등을 이유로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궁도팀의 기량이 좋다 보니 타 지역에서 좋은 조건에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전시체육회가 이들에 대한 조건을 업그레이드해 붙잡아 둬야 하는 이유다.
김경원은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지만, 올해 정상을 차지한 만큼 내년에도 지킬 수 있을 지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단 우리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체육회 등 관련 기간과 단체에서 보다 안정적인 지원을 하면서 관리해줘야 내년에도 궁도의 선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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