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건강]가슴이 답답하고 울컥울컥 치민다면… 화병

  • 문화
  • 건강/의료

[계절과 건강]가슴이 답답하고 울컥울컥 치민다면… 화병

수십년간 분노를 참으며 살아온 중년女에 흔해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 배경으로 인한 '증후군'?

  • 승인 2013-11-04 14:14
  • 신문게재 2013-11-05 9면
  • 하준수 한국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하준수 한국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하준수 한국병원 정신의학과 과장
▲하준수 한국병원 정신의학과 과장
어느 가을 날, 한 50대 중년 여성은 가슴이 답답하고, 무엇인가 뱃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 목과 가슴에 덩어리가 걸려 있는 것 같으며, 한숨이 자주 나온다며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그는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여전히 잔소리가 심한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술꾼이었던 남편은 5년 전에 사망했고, 무직인 장남을 두었다고 한다. 그는 왜 사는지 모르겠고, 언제 웃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고, 울고만 싶고, 이대로 있다간 미칠 것 같아서 어디로든 뛰쳐나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한 연구에서 화병은 일반인의 4.35%에서 발견되고 결혼한 중년 이후의 여성, 낮은 교육수준의 대상에서 더욱 흔하게 관찰되었다. 남편의 외도와 음주 문제, 도박, 부부싸움, 무관심, 시부모와의 갈등 등이 화병 유발요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화병은 여러 가지 유발 요인이 장기간에 걸쳐 중복돼 발생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분노 감정의 흥분과 쇠진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만성화 된다. 화병은 우리나라 민간에서 사용하는 병명으로, 한국 고유한 문화적 배경에서 표현되는 독특한 양상을 보이며 한국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화병은 특정한 신체증상과 고통스런 감정을 특징으로 한다. 화병의 흔한 신체 증상으로는 두통, 몸과 얼굴의 열기, 심계항진, 소화 장애, 가슴의 치밀어 오름, 목과 가슴의 덩어리, 답답함, 입마름, 어지러움 등이다. 흔한 정신 증상으로는 대부분의 우울, 불안, 신경질, 짜증, 격정 등이 관찰된다.

그러나 실제 증상의 표현에 있어서는 신체 증상을 주로 호소한다. 화병은 심인성 또는 반응성인 만성분노장애이며 장기간 사회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자신의 분노를 참아야 하는 과정에서 화가 쌓여 발생한다. 화병은 우울장애, 다음으로는 범불안장애와 신체형 장애와 공존하는 경우가 많고, 화병 단독으로 있는 환자가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화병은 우울증과는 달리, 회복력이 매우 좋으며 대개 자살 사고나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는 드물며, 화병 환자는 스스로 '화병'이 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고 슬프거나 우울하다고 보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화병의 발생은 대략 10년에서 최대 30~40년에 걸쳐 나타난다. 현재까지 화병에 대한 명확한 진단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지만, 각종 내과질환의 초기 증상, 갱년기 장애, 갑상선 이상, 심장 질환, 불안증 및 우울증과 구별되어야 한다.

화병의 치료에는 정신사회적 치료 및 약물적 치료가 제안된다. 화병의 적절한 약물치료는 화병 증상의 뚜렷한 호전을 볼 수 있다. 한 연구자는 지지적 정신치료를 제한하며, 기본적으로 환자가 하소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인지행동치료도 화병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완 요법은 화가 날 때 호흡이 가빠지는데 일부러 호흡을 느리게 하면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 화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실패했다는 생각 바꾸기, 흑백 논리를 피하기, 완벽하려 하지 말기 등 생각을 바꾸어야 하며, 피해 의식을 줄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하며 좋아하는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답답한 속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가슴을 후련하게 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다면, 환자들의 삶의 질은 한 층 더 높아질 수 있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