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 |
효율성의 질문이 국가안보·국방·군사정책 목표 그리고 군의 작전능력을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무기체계를 소요군이 원하는 기간 내에 최소의 비용으로 획득하였는지에 관한 것이라면, 책임성의 질문은 획득의사결정과정의 각 단계마다 국가안보와 국방·군사정책·과학기술정책 목표에 부합되게 무기체계를 획득하려고 노력했는지, 또 획득관련 규정 및 법규 등을 의사결정단계에서 올바르게 준수해 예산남용과 부패를 방지하려고 노력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가운데 방위사업청 창설로 인해 책임성은 확실히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책임성의 하위요소인 투명성은 대폭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각종 규정·방위사업법 등과 같은 제도에 기초한 획득업무수행을 정착시켜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을 증대시킨 것은 '내부투입' 및 '정치적 카르텔'과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내부투입은 정책결정자 스스로가 획득정책의 의제 설정자가 되어 위기조성·조작을 하고,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특정 무기체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카르텔은 정책결정자 및 이해관계자들이 자기네 이익을 위해 단합해 다른 행위자들에게 불리하도록 제도를 바꾸거나 경쟁을 원천 봉쇄해 민주적 의사결정과 선택행위를 방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위사업청 획득인력들이 군사기밀을 해외업체로 빼돌리거나, 군 요구성능(ROC)을 특정업체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이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책임성은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은 크게 향상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비용절감만 강조해 소요군의 요구(성능 및 일정)를 충족시키는 획득을 제대로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소요군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효율성 강화를 위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점차 축소되어져가는 국방예산의 관점에서 효율성 강화조치는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하는 정책적 과제다.
효율성 강화를 위한 개혁의 핵심은 원래 국방예산 사용의 효율성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획·계획·예산·집행·평가(PPBEE)체계의 기능을 되살리는데 있다. 지금처럼 방위사업청이 기획·계획·예산·집행·평가 체계에 다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체계는 합참 및 국방부, 계획·예산체계는 국방부, 집행체계는 방위사업청, 평가체계는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이 담당토록 하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인 업무절차를 통해 영국· 미국처럼 획득과 운영유지 업무를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획득과 유지는 무기체계의 총수명주기에 걸쳐 분석과 종합을 요구하는 동시적이고 통합적인 이슈다. 따라서 그것들을 지금처럼 분리, 운용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무기체계의 노후화로 인해 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예산삭감 및 국방 프로그램에 대한 효율성 가속화에 대한 전망으로 인해, 앞으로 국방당국은 개발 및 획득예산을 감소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획득 프로그램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방당국에서 국방부는 획득정책 기능을 갖고, 방위사업청은 집행기능을 갖는 방위사업법 개정(案)을 내놓은 것은 사실 PPBEE 체계의 기본원칙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획득의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올바른 정책적 판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