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변경·직원채용 마찰… 피소 기관들 무죄 왜?

  • 사회/교육
  • 법원/검찰

근로시간 변경·직원채용 마찰… 피소 기관들 무죄 왜?

어린이집 당직시간 30분 연장, 직원 불이익 없고 의견수렴 노력 女 응시자에 '男 직원만 채용'언급 원예농협, “개인의견일 뿐 차별채용 아니다”

  • 승인 2013-10-31 17:49
  • 신문게재 2013-11-01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여기 두 개의 판결이 있다. 피고는 사용자 측으로, 직원들이 고소해 기소된 사건들이다. 하나는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근로자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다른 하나는 근로자 채용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한 사건은 검찰이 항소까지 했지만, 기각됐다.

▲대덕복지센터=대덕특구복지센터는 2012년 9월 센터가 운영하는 대덕특구 어린이집 운영규정(취업규칙)을 개정했다. 바뀐 내용은 평일 당직 시간을 30분씩 연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복지센터 책임자인 최모(50) 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노조나 근로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 없이 취업규칙을 개정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지법 형사8단독(판사 김상일)은 황 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우선, 토요일 보육 폐지에 따른 근무행태 조정으로, 실질적으로 평일 보육시간이 다소 감소됐다며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또 그동안 규칙 개정은 어린이집 전체 근로자의 의견을 들었던 게 아니라 전체 근로자 100명 중 48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대덕특구지부와 협의해 변경해오고 있었던 점도 언급했다.

게다가, 복지센터 간부가 노조지부장을 직접 만나거나, 이메일을 통해 개정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노조가 규정 변경일까지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무죄 판결의 한 요인이다.

김상일 판사는 “피고인이 근로자 과반수 의견을 듣지 않고 규정을 변경했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라고 밝혔다.

▲공주원예농협=공주원예농협 상무 윤모(43)씨는 2011년 6급 신입직원 채용에 응시한 업무직 여직원 A씨와 상담했다. 윤씨는 “김씨에게 조합 인사위에서 조합장이 남자 직원 2명이 필요하다고 했고, 규정 개정으로 정규직에 합격해도 급여는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합격 가능성에 회의를 품고 다음날 예정된 면접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는 남자 1명, 여자 1명이었다.

검찰은 윤씨와 공주원예농협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 판사는 “조합장이 개인적인 의견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의 의견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사는 “최종적으로 남성과 여성 한 명씩 채용됐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이 면접시험을 포기하도록 해 결국 여성이 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하게 할 의사로 말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남녀차별의 내용을 고지한 것”이라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과 같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정완)는 윤씨와 공주원예농협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성응시자들이 더 있었고, 평소 김씨를 특별히 배려해온 윤씨가 끝까지 면접응시를 권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윤씨의 말 때문에 면접시험 응시를 포기했다고 보기도, 여성차별 채용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