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이날 지방 평준화 지역 자사고 선발방식을 성적과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현행 방식 또는 '서울 방식' 중 한 가지를 택하도록 했다. 서울 방식은 성적제한 없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정원의 1.5배를 뽑고 2단계로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 것이다.
이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뽑겠다는 지난 8월 발표된 시안에서 후퇴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모집 시기도 마찬가지다.
시안에서는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정했다가 이번에 특목고, 특성화고와 같은 전기로 바꾸면서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시안에 대한 자사고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가 사실상 이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지역 내 일반고 일각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 1번지'인 둔산권에서 거리가 먼 대덕구, 동구 지역일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대덕구 모 사립 일반고 교장은 “둔산권 일반고들은 진학하는 학생들이 어차피 우수하기 때문에 (자사고 학생선발권을 유지한다고 해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변두리에 있는 일반고 구성원들은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교장은 “우수한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전체적으로 학업 분위기를 이끌어줘야 하는 데 특목고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모조리 쓸어가면 변두리 일반고는 하향평준화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단체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일종의 특권교육기관인 자사고를 살리자고 대다수인 일반고를 죽이는 꼴”이라며 “일반고 육성방안이 일반고 처지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정부가 자사고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이를 계기로 지역 내 자사고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대전 모 공립 일반고 교장은 “자사고가 챙긴 실리만큼 공주 한일고나 전주 상산고처럼 누구나 가고 싶은 자사고를 만들어 지역 우수 인재 타 시도 유출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재단에서 우수 교원 확보 등 학교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일반고 필수이수단위 조정 및 과목별 증감 범위 확대, 진로직업교육 확대, 행정, 재정지원 강화 등 일반고 육성책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고에 다니는 모든 학생에게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내놨다”며 “아울러 고교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교와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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