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혜원 作 <73x110cm, 장지 오리기와 채색> |
유년기의 풀은 나와 함께 놀아준 친구 같은 존재로 어린 시절 정서의 한 부분을 채워 주었고 청년기에는 80년대 민주화 물결로 인해 뜨겁고도 처절했던 민중의 삶으로서의 풀로 시퍼렇게 살아 꿈틀거렸다. 중년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풀은 장성한 분량의 믿음으로 나아가고픈 신앙인으로서 성경적 의미의 풀이 되어 내 그림의 소재가 되는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잘 정리된 화단의 안쪽 자리는 감히 꿈꾸지도 못하며 이름도 불려지지 못하는 풀이지만 자신의 것을 다 해나가는 그들의 겸손을 배우고, 그 씨앗 하나 작은 화분에 떨어져서 자신의 자리를 탓하지 않고 싹 틔우고 꽃 피우며 열매 맺는데서 그들의 감사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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