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신토불이로 살기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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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신토불이로 살기의 어려움

  • 승인 2013-10-27 13:40
  • 신문게재 2013-10-28 17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
쌀이야 보리야 콩이야 팥이야 우리 몸엔 우리 껀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김동찬 작사 '신토불이'

논산 출신 가수 배일호의 '신토불이'는 우루과이라운드 쌀 협상을 전후해 히트한 노래였다. 신토불이(身土二)는 생사불이(삶과 죽음이 둘 아님), 색불이공(색과 공은 다르지 않음) 등 불이사상의 한 자락이다. 중국 원전(原典)이지만 일본에서 직송했으니 '신토여일(身土如一)'을 쓰자는 주장도 있다. 그럼 메이지 정부 띄우기 용도의 '국민의례', 그 정부를 세계에 찬양하자는 '국위선양'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제 땅 음식 먹고(신토불이), 골고루 먹고(균형식), 가공하지 않고 먹고(비가공식), 제철에 먹어야(시식, 時食) 맛도 건강에도 좋다. 1월 도미, 2월 가자미, 3월 조기, 4월 삼치, 5월 농어, 6월 숭어, 7월 장어, 8월 꽃게, 9월 전어, 10월 갈치는 월별 으뜸 생선이다. 3월 거문도 조기는 칠산 장어와 안 바꾼다 했다. 10월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 값보다 높다고도 한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서천 홍원항 전어축제 시즌이 언제인가. 알 낳기 전 살이 통통할 때다.

▷산란을 마친 생선은 맛이 급전직하, 뚝 떨어진다. 1월의 귀족 도미도 '5월 도미는 소가죽 씹는 것만 못하다'로 돌변한다. 조기가 알을 낳으려고 추자도, 흑산도 지나 칠산 바다를 지날 무렵 살이 통통하다. 요즘은 거기서 건조만 시켜도 영광굴비로 쳐주는 분위기다. 중간 집하장인 영덕을 거치면 아무 게나 영덕대게라 부른다. 내륙인 안동 특산물이 간고등어다. 그곳에선 고등어 내장을 꺼내고 소금에 절이는 '염장질'을 할 뿐이다.

▷러시아 명태를 인제 덕장에서 말리면 인제 명태가 된다던가. 이제는 물량이 달린 홍어도 미국, 포클랜드, 중국, 칠레산이 판친다. 제주도에 가서 중국, 베트남 다금바리 먹고 멋모르고 좋다 한다. 도미 초밥에 요상한 아프리카 생선 넣고 대구탕에 명태 넣는 양심 불량이 덩달아 날뛴다. 어획량이 급감한 대하는 태국산, 인도산이 비싸졌다. 세네갈 갈치 값이 뛴 것은 한국사람 덕이다. 풍천장어집 '산지 직송'의 '산지'는 중국, 대만, 뉴질랜드일 확률이 높다. 하긴 '바람 부는 내' 풍천(風川)은 고창 선운사 근방만이 아니다. 충청도 어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 살아도 풍천장어로 불릴 자격이 있다.

▷고등어, 오징어, 꽁치, 갈치, 조기, 명태 등 국민생선도 국내산과 수입산은 사실과 허구 구분만큼 어렵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역 명품인 천안 호두과자의 호두가 미국산, 팥이 중국산임을 짚어냈는데, 문제는 농수산물 어느 것이든 분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흑산도 홍어와 중국산 홍어 구분법은 바코드라는 말이 있다. 그 바코드는 믿을 만한가.

▷식당에서 베트남 주꾸미를 쓰는 이유 역시 국내산의 절반인 가격 때문이다. 이 경우, 차림표에 산지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 횟집에 가서 뿔이 길고 눈이 옴폭하니 안면도 대하요, 뿔이 짧고 눈이 튀어나와 중남미 흰다리새우라고 헤아리며 먹지는 않는다. 출하량이 줄고 비싸면 토종 지키기가 힘들어진다. 으뜸 생선을 지목하지 않을 정도로 웬만하면 맛있는 11월, 12월 생선철이 코앞이다. 애먼 방사능 불똥까지 튀어 '신토불이'인지 '신토여일'인지는 자꾸만 한계를 만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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