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뽑아준다는데… 외면하는 사학들

'교육청 위탁선발' 대전 27개 법인중 중등 2곳뿐 십중팔구 자체전형… 금품수수 등 부작용 우려

대전 사학들이 신규 교사 채용 때 현행법을 통해 길이 열려 있는 교육청 위탁선발을 외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학 교사채용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위탁선발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1조(교사 신규채용)에 따르면 사학 임면권자가 공개전형을 하게 돼 있는 데 교육감에게 이를 위탁할 수 있다. 강제조항은 아니다. 하지만, 사학도 공립 교사와 똑같은 시험문제와 전형일정으로 교사를 뽑을 수 있는 셈이다.

대전교육청도 지난해부터 위탁선발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학법인들이 교육청에 신규 교사 선발을 위탁할 경우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사학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대전에는 21개 사학법인, 타 시·도 법인과 대학법인까지 합치면 모두 2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초등의 경우 지금까지 교사 위탁 선발을 의뢰한 곳은 전혀 없다.

중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4개 법인이 위탁선발에 참여했지만, 올해에는 절반인 2개 법인으로 줄었다.

십중팔구의 사학은 법인 자체 전형으로 교사를 뽑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개전형 절차 무시, 측근 내정, 금품수수 등 각종 구설수가 종종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를 통해 적발된 사립학교 채용비리는 모두 49건에 달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해 7월 시·도별로 사립학교 교사 임용희망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합격자 중 임용하거나 관할 교육청에 위탁하는 공개전형으로 전환하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을 뿐더러 사학 공공성이 강조됨에 따라 임용과정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작 사학 반응은 신통치 않다.

대전 모 사학법인 관계자는 “교사 채용 시 교육청 위탁을 의무화할 경우 사학별 건학이념에 맞지 않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나아가 사학 자주성을 해치는 처사”라며 “더구나 공립과 똑같은 일정으로 교사를 뽑을 경우 누가 사립교사에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