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경제부장 |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은 모두 3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주택법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취득세 영구 인하와 8·28 전월세 대책 관련 법안도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대기중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 중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은 취득세 영구 인하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매물의 씨가 마르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 전세 구입자들이 전세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주택 구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달 또는 다음달 취득세 인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소급적용을 기대하고 잔금을 미뤄 놓은 사람들이 많다. 만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취득세 영구인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은 온기가 돌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은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셋값은 좀처럼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취득세 영구인하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지연을 들었다.
취득세 영구인하 법안 처리가 무산된다면, 지펴진 불씨마저 꺼질 수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깨질 수 있어서다.
부동산시장에서 8월은 계절적 비수기로 과거 전셋값이 오른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전·월세난으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비수기인 올 여름 전세가격은 올랐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은 국회 처리가 예상되지만, 여야간 입장차이로 국회통과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당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관련, 상한제 폐지 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무주택 서민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역시 부자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들을 감안하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전월세 상한제는 극단적인 가격통제 수단이 될 수 있어 이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집주인이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한꺼번에 전세가격을 올릴 경우 사회적으로 파동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일부에서는 전월세 상한제를 공공임대주택에 먼저 도입해보고 그를 토대로 민간에 점차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안갯속 장세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어렵다. 부동산관련 법안 통과가 불확실할 뿐 더러, 그 자체가 부동산시장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업계는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이나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 또한 중요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시기와 맞물려 국회에 계류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이 처리된다면 침체의 늪에 빠진 부동산시장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침체의 위기에 놓인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자 그동안 보완대책을 포함 3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회의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회의 부동산 관련 법안처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