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정치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 제2의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진게 없고 노력한 노력한 흔적조차 와 닿지 않는다. 유가족들이 한 보따리의 서류 뭉치를 들고 본사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그 때문이다. |
오늘도 하루가 지났다.
어김없이 오늘 아침도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얼마나 울었을까. 밤마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눈물에 지쳐야 눈을 감을 수 있다.
버릇처럼 오늘도 튼튼한 못이 박혀 있는 곳을 찾는다. 아들에게 가고 싶어서다. 그런데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이 눈에 선하다. 결국, 오늘도 현실은 참아야 한다고,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얼굴조차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도 힘을 내라고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 견뎌왔다. 어느덧 벌써 100일이 다가왔다. 악몽 같은 나날이었다.
고 이병학 군의 아버지인 이후식씨. 그의 부인은 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로 지금까지도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두통이 심하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어야 그나마 눈을 붙일 정도다.
그 역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의 원통함이 눈에 아른거려 주저앉을 틈이 없다. 그래서 달렸다. 자동차 유류비만 500만원 가까이 쓸 정도로,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90여일간 오직 달리기만 했다. 유스호스텔과 해병대캠프 업체 등의 인ㆍ허가와 관리에 소홀했음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해'를 무릅쓰면서도 교육 당국에 여러 차례 '어떻게 됐는지'도 문의했다. 그렇게 100여일을 다녔더니, 서류의 양이 참았던 고통만큼 많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원통함과 분노뿐이다. 호언장담했던 수많은 약속 중 지켜진 건 거의 없다. 오히려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발뺌하기 일쑤다.
유가족 대표인 이씨는 “그 누구도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악몽이다. (부인은) 눈만 뜨면 눈물부터 흘린다”고 말했다. 고 김동환군의 아버지 김영철씨는 '술'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인터뷰가 진행된 3시간 동안 아이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눈물을 머금기 위해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갈만한 곳은 모두 가봤다. 억울함을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
훌륭한 화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들이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해 하루하루 희망을 잃은 채 연명하는 이들에게 삶을 주고 싶었던 아들이었다. '심정이 어떠냐'고 물었다. 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가슴 속 깊이 참아왔던 '오랜 눈물'을 보였다.
김씨의 부인은 “눈만 뜨면 튼튼하게 박혀 있는 못이 어디 있는지 찾는다. 아들에게 가고픈 마음과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김씨를 비롯한 5명의 부모에겐 공교롭게도 모두 남매가 있었다. 세상은 딸만 남기고 아들을 모두 데려간 것이다. 중학교 때 전국 상위 1%에 들었던 학생들로, 지역과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인재들이었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원통하다.
하지만, '책임지겠다'던 이들은 모두 떠났다.국가보상금과 위로금을 주고, 사회부조리에 희생된 아이들의 정신을 기리는 장학재단 설립과 국가차원의 의사자 지정 등 장례식장에서 앞다퉈 약속했던 '당국'의 약속은 지켜진 게 없다.
정치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지금,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아무도 없다. 충남은 물론 대전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법원 등 조금이라도 '우리의 아픔'을 들어줄 만한 곳에 자문의 호소문도 보냈지만, 답이 없다.
이후식 대표는 “교육 당국은 슬픔과 비통에 정신없는 유가족들을 오히려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힘없고 나약한 유가족들은 단지, 아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받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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