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상소동에 남아 있는 옛 채석장 모습. 산허리가 파헤쳐져 수직절벽이 됐다. |
대전과 금산의 경계를 이루는 상봉산의 한 줄기가 채석장에서 끊겼고 쥐 파먹은 듯 오목하게 파여 있었다. 이곳은 199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건설용 골재를 채취하던 곳으로 바위깨는 소리가 멈춘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상처는 오롯이 새겨져 있었다.
산속에 묻힌 바위를 캐내느라 완만한 산허리는 파헤쳐져 수직 절벽이 되어 있었다.
파헤쳐진 산허리만큼 넓은 평지가 됐고 이곳에서 파쇄와 적재가 이뤄진 듯 용도 모를 전봇대와 장비들이 일부 남아 있었다. 채석이 이뤄진 11년 동안 이곳 산자락에서 400만㎥의 바위와 흙이 트럭에 실려 외부로 반출됐다.
채석장에서 600m 떨어진 상소2동 남곡마을 주민들은 채석이 이뤄진 11년간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노인정에서 만난 주민 조모(83)씨는 “산에 있는 말짱한 바위를 캐먹으려고 밤낮없이 작업이 이뤄졌고, 채소에 돌가루가 앉아 먹을 수도 없었다. 냇물은 하얗게 약을 탄 것처럼 흘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은 김모(76)씨는 “시도때도 없이 폭약은 터지지 대형트럭들이 쉼없이 오가니 감나무에 감이 안 맺힐 정도로 주민들 모두 고생이 많았다”며 “길을 막고 한때 채석을 중단시키기도 했지만, 어느새 기간이 연장돼 다시 채석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민원속에서도 채석장은 수 차례의 채석기간 연장을 거쳐 운영됐고 2001년 종료됐다.
둔산이 개발되면서 수요가 급증한 건설용 골재는 이곳에서 공급됐고, 둔산개발이 완료될 때쯤 채석도 마무리된 셈이다. 채석장은 당초 허가한 면적보다 넓게 채석행위가 벌어졌고, 안전을 위해 계단식으로 바위를 깎았어야 하나 수직절벽으로 남은 지금의 상태는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주민들은 옛 채석장과 가까운 곳에 또다시 채석장 조성이 추진되는 것에 큰 우려를 하고 있다. 더욱이 대전시내에 채석장은 없고 도시개발이 지속되는 상태로 민간기업이 지역 의견을 무시하고 채석장을 밀어붙이는 게 아닌지 주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상소동 일원은 그동안 몇 차례 채석장 허가신청과 문의가 있던 곳으로 대전천 최상류이고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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