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의미나 문화재적 가치 또한 남다르다. 6·25 전쟁 때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에서 머물며 UN군 참전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었던 장소다. 총 2층 구조로 돼 있는 도지사 공관은 외부는 적벽돌로, 내부는 타일로 꾸며진 일본식 가옥으로 만들어졌다. 설계는 일본풍이지만, 전통적인 한옥의 장점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8월 대전시 지정문화재로 등록됐다. 도지사 공관 앞쪽에는 부지사를 비롯해 국장급 직원들이 기거하는 관사들이 연이어 배치돼 있다. 사람들은 이 일대를 '관사촌'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말 충남도청의 내포신도시 이전에 따라 안희정 지사는 홍성 용봉산 아래 새로운 관사를 만들어 기거 중이다. 그러나 이곳에 초대된 이들의 입에선 '와~' 하는 감탄사보다는 아쉬움의 탄식만 쏟아진다. 도지사의 관사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만큼 화려하지 않고 초라해 보일 지경이어서다. 이곳을 본 어떤 사람은 사각형 구조의 건물모양이 창고 같다고 하거나 심지어 막사 같이 생겼다고도 한다. 규모 또한 너무 작다 못해 외부 인사를 초청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이곳에 초대된 필자 역시 '왜 이렇게 작고 볼품없이 지었을까?'하며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곳을 설계한 사람의 남다른 의미와 깊은 뜻이 숨겨 있을지 모른다. 이런 내용들이 너무 궁금했던 필자는 안 지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관사가 왜 이렇게 초라하죠? 우리 전통양식인 한옥으로 지었으면 좋았을 걸….” 안 지사는 필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때 관사 예산이 7억원에 밖에 없었다. 이 돈이면 한옥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충남지사 새 관사는 2011년 초호화 아방궁 논란에 휩싸이면서 규모를 3300㎡에서 1500㎡로 절반가량 줄였고, 건립예산도 대폭 삭감했었다.
현재 내포 도지사 관사는 침실과 서재,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의실로 쓰려던 서재는 의자가 여섯 개 밖에 들어가지 않아 간부회의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고, 게스트하우스는 방 2개밖에 없어 손님 모시기는 꿈같은 얘기다.
도지사는 충남의 선장이다. 관사는 도지사가 충남의 미래 비전을 구상하거나, 때론 외부의 중요한 손님을 모시는 장소로 활용돼야 한다.
대전의 공관이 일본풍 건물양식이긴 하지만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는 인정받았다. 이렇듯 내포신도시 도지사 관사도 몇십 년 후 우리나라 전통양식인 한옥으로 다시 지어져 '문화재'로 지정되길 바란다.
박태구·내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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