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달콤한 키스, 위험한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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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달콤한 키스, 위험한 입술

  • 승인 2013-10-13 13:43
  • 신문게재 2013-10-14 17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공자 - 아침에 키스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뉴턴 - 키스했던 사람은 계속 키스하려고 한다.
도플러 - 키스는 벼락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진다.

키스에 대한 위의 얄미운 정의들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 말씀, 관성의 법칙, 도플러 효과를 패러디한 것 같다. 여기까진 이해하겠는데 '키스를 잘해야 성공한다'고 선언해버린 미국의 대니얼 골먼 교수는 좀 야속하다. 키스할 때와 안 할 때를 알고 입술 대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능력이 SQ(Spiritual Quotient, 사회지능)라는 것이다.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분에 넘치는 지능이다.

▷망측하고 장난스러운 셀프키스가 있다지만 키스는 상대가 있다. 키스하고 싶은 입술, 키스를 부르는 입술, 그 필수 아이템이 립스틱이다. 이름이 아예 '키스미 립스틱'도 있다. 90년대 중반 '키스 핑크'를 선물한 기억이 난다. 아무튼 키스와 립스틱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이 상관관계에 천안갑이 지역구인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가세했다. 납 기준치가 식품에 비해 최소 2배에서 최대 60배 차이나는 립스틱을 이번 주 시작되는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음식은 아니지만 피부로도 흡수되고 또 먹게 되니 중금속 허용치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하루에 24회까지 바른다는 립제품을 생각하면 오히려 뒷북치는 입술 걱정이다. 제조사들이야 그저 빨리 닳기만을 바라며 립스틱 재구매 주기로 화장품 수요를 가늠한다. 립스틱이 붉어지면 긴장하는 이들도 있다. 치마가 짧고 하이힐이 높고 입술이 짙어지면 불황이라는 '과도하게 일반화된 속설'(a gross over-generalization) 탓이다. 넥타이가 화려해지면 불황이라는 얘기처럼 근거가 약하다. 물론 놀이공원 입장객 수, 고속도로 통행량, 휘발유 판매량, 백화점 매출액처럼 경기 속보 지표가 되는 수도 있다. 보험 가입 후 13회차의 해약률이 높아도 경기 불황 신호로 본다. 현재 13회차 유지율은 79.6%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현금장사인 러브호텔도 한때의 경기지표였다. 요즘은 '저렴이 패션'인 핫팬츠나 고무줄 바지의 인기가 많아졌다. 치마길이 이론이 한물간 것이다. '하이힐 경제학'도 오일쇼크 때나 IT거품이 터진 후에 굽 낮은 구두가 잘 팔린 것은 설명 못해 스타일 구긴 지 오래다.

▷같은 이치로 올 FW(가을·겨울)시즌의 빨간 립스틱 유행은 립스틱 효과 때문은 아니다. 입술이 핏빛으로 물들면 실업률은 치솟고 매출은 준다는 불황 지표나, 경제난 때 비교적 저렴한 립스틱을 많이 산다는 립스틱 지수는 옛말이 되고 있다. 올 가을에는 와인빛 짙은 빨강, 분홍빛 도는 빨강, 밝은 다홍색 등 레드가 대세다. 정통 경제학이 아닌 스커트 경제학, 립스틱 경제학, 하이힐 경제학은 자주 틀린다. 장기 불황은 립스틱 값마저 아끼게 한다.

▷그럼에도, 립스틱은 매직이다.(메난드로스) 중금속 위협도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나서는 여심은 꺾지 못한다. 시판 중인 립스틱 용량이 개당 3~4g 사이인데 평생 평생 2~3㎏이나 먹는다면? 입술에 버건디(진홍색) 바람이 분다는 말에 간이 더 콩알만해진 쪽은 달달한 키스의 대가로 그걸 알게 모르게 흡입할 남자 쪽이다. 립스틱은 여자가 3분의 1, 휴지가 3분의 1, 남자가 3분의 1 먹는다는 우스갯소리에도 겁내는 남자들이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더 생겼다. 독성 키스 아닌 안전한 키스를 책임지라.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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