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소 내용은 이렇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모 초등학교 남자 체육교사 김모(49)씨는 2012년 10월 9~10일까지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바디검사를 했다. 인바디 측정기는 사용방법이 단순해 학생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음에도, 김 교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학생 1명 또는 2명씩만 들어오게 한 후 검사했다. 검사 과정에서 자세를 바로잡아준다며 학생들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끌어안거나 가슴과 허리, 엉덩이를 만지고 쓰다듬었다. 그렇게 13세 미만의 여학생 50명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하지만, 김 교사와 변호인 측은 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사 측은 “남녀 구분없이 신체 일부를 만진 사실이 있고, 가슴에 닿거나 스칠 수는 있어도 만지지는 않았다”며 “신체를 만진 행위는 인바디검사에 부수해 자세교정을 위한 것으로 추행도 아니고 고의성도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유심히 살폈다.
우선, 인바디 측정기의 특징을 분석했다.
인체에 미세한 전류를 흐르게 해서 측정하기에 양손가락과 양발 모두 센서 부분에 정확히 닿아야 하고, 팔은 벌리며 얼굴과 몸통(허리, 엉덩이 등)은 지주에 기대지 않고 서서 정면을 보며 몸을 움직여선 안 된다는 걸 확인했다.
자세가 부정확하면 측정시간이 지연돼 수업시간 내에 끝내기 어려워 자세 교정은 필요하고, 검사 또는 교정 과정에서 머리와 어깨, 허리, 등, 손과 발, 다리, 팔과 겨드랑이 등의 신체와 접촉이 불가피하며 엉덩이를 툭툭 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교정이 필요한 신체부위가 아닌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만진 행위는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검사를 받은 여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에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고, 불쾌했다'는 내용을 쓴 9명을 추렸다.
재판부는 50명 중 41명에 대한 추행 혐의는 무죄를 내렸지만, 9명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해 김 교사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4가지를 유죄의 근거로 들었다.
자세 교정과 무관한 신체 부위를 접촉했고, 접촉 방법도 계속 만지거나, 안으면서 만지는 등 가벼운 수준의 접촉이 아니며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진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만하다고 봤다.
또 여학생들을 혼자 사무실로 들어오게 한 후 검사한 건은 2011년이나 남학생들의 검사방법과 비교해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여학생은 자세를 움츠리고 잡담을 하거나 몸무게를 숨기려는 등의 이유로 재측정하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13세 미만 미성년 추행죄를 적용했음에도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벌금형을 내렸다. 김 교사 측의 항변을 일부 수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안병욱 재판장은 “과거 남성 위주의 성적 도덕관념으로 이뤄지는 신체 접촉 행위는 현대사회에서는 용인되기 어렵다”며 “특히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13세 미성년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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