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원과 맞교환한 희귀동물이 어이없이 폐사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동물 교환전에 검수하고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오월드는 지난해 4월 A동물원에서 수컷 그물무늬 기린 한 마리를 오월드의 흰오릭스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들여왔다. 암컷 기린 두 마리가 있던 오월드는 번식을 위해 수컷이 필요했고, A동물원도 필요한 동물을 얻는 방식으로 동물원간 맞교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맞교환해 오월드에 들여온 기린이 4개월 만에 폐사했고, 부검한 결과 이물질이 내장의 운동을 막아 병을 유발하는 장폐색으로 확인했다. 기린이 먹어서는 안 될 물질을 섭취했다가 장에 들러붙어 결국 손쓸 새 없이 폐사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나마 그물무늬 기린이 사고를 당하기 전 짝짓기에 성공해 지금은 건강한 수컷 새끼 기린이 오월드에서 자라고 있다.
대전오월드 관계자는 “몸 밖에 상처가 있었다면 곧바로 치료할 수 있었겠지만, 기린은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마취해 수술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물원간 희귀동물을 맞교환하는데 담당자들의 경험과 동물의학에 의존할뿐 시스템은 아직 정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2005년 멸종위기종 보호법률이 강화돼 희귀한 동물을 외국에서 수입하기 더욱 어려워졌고, 근친교배를 예방하려 동물원간 동물 교환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월드 역시 올해 동물원간 동물 맞교환으로 퓨마, 표범, 왈라루, 샴악어 등 4종 7마리를 반입했고, 지난해에는 11마리, 2011년에는 파충류과의 동물을 확보한 바 있다. 또 2010년 대전의 자매도시인 일본 삿포로시의 마루야마동물원에서 다람쥐원숭이 8마리를 구해와 현재는 16마리까지 번식하는 등 성공적 동물 맞교환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동물원간 동물교환은 현재까지 동물원 담당자의 경험과 의학지식으로 알음알음 진행되는 게 현실. 동물상태에 대한 현지조사 보고서나 질병 경력 등의 검사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족보와 같은 동물의 원인별기록부만으로 교환이 이뤄져 왔다. 때문에 맞교환하는 동물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교환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오월드 관계자는 “동물원에 다양한 종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서는 동물원간 동물교환이 꼭 필요한 상황으로 교환 때마다 철저하게 검수를 벌였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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