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결혼한 여성공무원인 이모(35)씨는 2012년 12월 7일 둔산경찰서 민원실에서 고소장을 작성했다. 내용은 2012년 11월 12일 저녁 회식을 마친 후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자신을 동료인 유부남 A씨가 자신의 차에 태워 강간하려 했으나, 저항으로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한 달 후 이씨와 A씨를 불러 대질조사를 했고, 이씨는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는데, A씨가 강간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법원은 오히려 이씨에게 징역형을 내렸다. 대전지법 형사1단독(판사 박태안)은 무고죄로 기소된 공무원 이씨에 대해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당시 회식자리에 있었던 일행들이 주량이 소주 1병 반 정도인 이씨가 만취상태가 아니었다는 진술을 근거로 한 박태안 판사의 판단은 이렇다.
우선 이씨가 술에 만취해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발생 당시는 겨울로, 긴소매 니트티와 기모 청바지를 입었던 이씨의 옷을 A씨가 모두 벗기고 강간까지 하는 동안 이씨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확보된 CCTV를 근거로, 차량에 타기 전 이씨의 걷는 모습이 만취상태가 아니었고, 강간당했으면 차량에서 내린 후 황급히 걸어가야 하는데 A씨로부터 작은 가방을 건네받은 후 자연스럽게 걸어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A씨 차량 뒷좌석에 있던 카시트를 꺼내 트렁크로 옮기는 사이 이씨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뒷좌석에 탔고, 4시간 후 차량에서 나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이씨가 A씨 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모님도 우리 남편에게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요구하세요”라고 말한 것도 강간당한 후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태안 판사는 “사건 발생 한 달 후쯤에 고소했고, 고소사실도 처음엔 준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했다가 나중에 준강간으로 변경한 점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무고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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