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별 입장 정리가 먼저냐, 협의체 구성 후 논의냐.
최근 이슈로 등장한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문제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입장은 '총론은 공감, 각론은 이견'으로 요약된다. 선거구 증설 논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논의 방식에서 여야 시각차가 뚜렷하다. 새누리당은 각 당별 입장을 정리한 뒤 논의하자는 방식을 내세웠으며, 민주당은 협의체를 통한 논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선거구 증설을 위한 민·관·정협의체 등 초당적인 논의기구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후의 변화를 감안해서라도, '정치권의 당론채택-지방선거 공약 견인-논의기구를 통한 증설방안 마련'등 전반적인 일정에 대한 '로드맵'이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세부 증설 방안은 추후 논의하더라도 될수록 빠른 시간안에 '통큰 대화'를 통해 로드맵이라도 마련한다면 소모적인 논쟁이나 정쟁화 가능성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논의 필요성 공감=여야 모두 선거구 증설을 해결하는데 정치권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단순히 한 정당에서 이뤄낼 수 없는 이유에서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여야 정치권이 선거구 증설에 뜻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나 “(충청권이) 호남보다 다섯 의석이 적은데, 의원 한 명이 연간 1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다면 매년 5000억 원씩 손해 보는 것”이라며 “이상민 민주당 시당위원장과 만나 (선거구 증설 문제를) 공조·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지난달 23일 성명을 통해 “인구수와 표의 등가성 등을 고려할 때 대전과 충청의 선거구 증설 문제는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다”면서 “선거구 증설을 위한 향후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며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환영했다.
▲논의 방안 이견=여야가 생각하는 선거구 증설 추진 방안은 다르다. 새누리당은 당별로 입장 정리 후 양당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실패처럼 선문답이 아닌 진전된 방향 제시를 위해 당별 입장과 이해관계 등이 정리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장우 위원장은 지난 6일 TJB 대전방송 열린 토론에 출연해 “관정 협의체를 만들면 (의견이 달라) 논의가 복잡해진다”면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의견을 취합하고,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한 뒤 양당 시당위원장들이 만나 타결해보고 다음 후속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선거구 증설추진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가졌다. 회의는 성급한 대안 마련이나 광범위한 협의체는 부작용이 많다고 판단해 당론 결집을 우선하자고 의결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특위 활동의 구체화를 위해 학계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와 자치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행정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민주당은 협의체 구상을 통한 선거구 증설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은 선거구 증설을 위해서는 행정구역 개편과 시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상민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을 달성하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선행적으로 5개 구청의 합의, 시구민들의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만큼, 추진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선거구 증설을 위해 독자적 입법권을 갖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조기 구성을 촉구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특위 구성 등에 초당적 공조를 위한 '충청권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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