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선·교육체육부 차장 |
평소 '숙소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생 자체가 축구였던 김 감독을 병상에 눕게 만든 병명은 과민성 스트레스 과호흡증이다. 김 감독의 건강 악화는 무엇보다 올 시즌 2승10무19패, 승점 16점으로 14개 프로구단 중 압도적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성적에 기인한다. 나름 경합을 벌이던 강원은 2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는 반면, 대전은 여전히 부진의 늪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13위와 14위가 2부리그인 챌린지 리그로 강등되고, 12위는 챌린지리그 1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잔류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김 감독의 병상행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만든다. 팀의 성적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무게감과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바위를 짊어지고 가는 것처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독 대행을 맡아 대구 원정전을 치른 조진호 수석코치는 “선수들 모두가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더 열심히 뛰었고 원정에서 무승부를 만들어내 반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애쓰고 있지만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시티즌의 이런 초라한 성적을 비단 감독의 책임으로만 물어야 할 지 생각해볼 일이다.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단기 계약 외국인 용병에 목을 매는 반면, 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들을 확보하며 '선택과 집중'과는 거리가 먼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등 체계적이지 못한 구단 운영을 한 구단주와 프런트의 책임도 살펴봐야 한다. 감독은 수시로 바뀌고, 직원들도 가장 오래 근무한 게 4년밖에 되지 않는 등 불안정한 운영도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또 근본적으로 대전시장이 구단주라는 특성 탓에 구단을 먹여 살릴 사장도 '파리 목숨'처럼 수시로 바뀌고, 대전시와 서포터즈의 눈치 탓에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펼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 자리에 대전시티즌 모 이사를 앉히자는 논의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7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프런트, 이사진들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이합집산을 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감독 자의가 됐든, 유력 인사들의 입김이 됐든, 시티즌은 현 체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 누구 탓을 할 게 아니라 남은 경기를 어떻게 하면 잘 끌고 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사장과 구단 직원들, 병상에 누운 김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닥친 과제다.
최두선·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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