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특별시]정부의존 벗어나 '특허 생태계' 만들어라

[특허특별시]정부의존 벗어나 '특허 생태계' 만들어라

휴면특허 '수두룩' KAIST 4023건중 2641건 66% 달해 기술사업화 전문가 영입 절실… 수치 집착·보여주기식 안돼

  • 승인 2013-10-07 13:59
  • 신문게재 2013-10-08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대전, 특허특별시로 가는 길을 묻다]6. 대전지역 기술지주회사 성공의 해답은?

▲ 사진은 산학협력단 연구장면
▲ 사진은 산학협력단 연구장면
'반값 등록금' 이슈로 대학마다 등록금 외에 수익 창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마다 자체 수익사업을 위해 도입한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에서 성공모델 1~2개가 나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반값 등록금도 가능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대학이 가진 기술을 상용화 한다'는 취지로 산학연 협력 기술지주회사가 첫선을 보인 이후, 16개 대학에 설립, 자회사 70여개가 만들어졌지만 일명 '대박'난 곳은 없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한남대와 한밭대가 올해 안으로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난 7월 1일 공동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대전권 대학들과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우려의 시각과 더불어 나아갈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무분별한 특허, 부실한 관리=지난해 국내 3대 연구중심 대학 휴면특허율이 65.6~9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유성)의원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KAIST와 GIST, DGIST 등 국내 3대 연구중심 대학들의 휴먼 특허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KAIST는 지난 6월 말 현재 402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641건, 65.6%가 휴먼특허다. 포기 특허도 매년 200건에 달했다.GIST는 총 830건 가운데 775건, 93.3%가 휴먼 특허였다. DGIST는 총 특허 4023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95건 95.8%가 휴먼특허였다. 사업화율은 KAIST가 13.6%, GIST가 6.6%, DGIST가 4.5%였다. 또 정부출연연도 무분별한 특허 등록과 부실한 관리로 최근 3년 반 동안 350억원 넘게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의원(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 직할연구기관 및 산하출연연구기관으로부터 제출 받은 '특허등록 및 포기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출연연 28곳이 총 2만842건의 특허를 등록, 이 가운데 9092건은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를 감안할 경우, 같은 기간 특허등록 비용으로 총 397억원을 썼지만 등록을 포기하면서 171억원을 날린 셈이다.

특히 5년을 경과한 휴면특허 비율도 연간 32.5%. 휴면특허는 등록포기에 이르기 전 단계로 이런 유지비용으로 3년 반 동안 181억원을 지출해 연간 45억원씩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법률 한 전문가는 “대학이나 일부 연구기관에선 특허 등록건수가 연구실적이나 인사고과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며 “이런 점을 감안, 특허 관리의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지주회사 설립, 내실보다는 정부 보여주기식 수단 전락=이명박 정부시절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까지 기술지주회사 50개, 자회사 550개, 매출액 3조3000억원, 일자리 창출 1만여개 달성'이라는 수치를 내세우고 있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개발한 기술을 모아 사업화를 지원하는 곳이다.

대전지역 대학 가운데 한남대가 지난해 '대학 산학협력단 보유기술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 국고 1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올해 설립을 앞두고 있다. 한밭대도 같은 사업에 선정, 올 해안으로 설립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말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 추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 대학기술지주회사 규제관련 시행령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대학들이 재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대학기술지주회사의 기술현물출자 의무한도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췄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나 대학 모두 수치에만 매달려 '속빈강정'식 대학기술지주회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특허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대학입장에서는 교과부에 제시했던 계획서대로 계획서를 제출하면 정부지원금을 타낼 수 있으니 질보다는 형식에 맞춘 껍데기 자회사를 양산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출연연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ETRI홀딩스를 제외하고 기술지주회사가 전무한 가운데 출연연 기술의 사업화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대덕특구 출연연을 중심으로 17개 출연연이 지난 7월 총 자본금 530억원 규모인 공동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 올해 53억원을 출자해 설립해 2014년 262억원, 2015년 215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방침이다.

기관별로는 원자력연구원이 가장 많은 80억원을, KIST 54억원, 생산기술연구원 53억원 등 기관별 예산 규모 비율에 따라 출자금을 낼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를 의식한 실적내기용 행사라는 반응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공동 기술지주회사 설립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며 “출연연이라는 공동분모를 가지고 정부에서 무조건 실적을 내기위해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형보다는 자체적인 특허 생태계 조성 절실=영국 옥스퍼드대는 1988년 대학에서 나오는 특허출원, 기술이전, 스핀아웃(연구 성과를 가지고 회사 설립), 컨설팅 등을 전담하는 회사인 '아이시스 이노베이션(Isis Innovation)'을 설립했다.

아이시스 이노베이션은 옥스퍼드대를 구성하고 있는 38개 대학의 연구성과물에 대한 기술의 상업화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촉진 등을 전담하고 있다.

직원 77명 가운데 이공계 박사 37명과 MBA 18명을 비롯한 대부분 산업계 근무경험이 있는 전문컨설턴트들로 구성돼 ISI만의 차별화된 전문가그룹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의 세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ISI는 지난 10년동안 해마다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이시스 기술이전 그룹은 옥스퍼드대의 연구성과로 나온 지식재산권을 사업화하기 위한 특허출원, 기술이전, 스핀아웃 회사설립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특허출원 100건과 기술이전 거래 700여건을 성사시켰다.

미국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부 지원금을 타기 위한 기술지주회사가 아니라 대학 연구실의 성과가 사업화되기 위해 설립돼 운영 중 이다.

글로벌 지식재산 전문기업인 윕스(WIPS) 미국 워싱턴 대표는 “미국 대학은 각 연구실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제조업들과 파트너십으로 특허출원하는 기회를 갖기 때문에 활발하다”며 “정부가 대학특허의 사업화를 위해 지원하거나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대학 특허의 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대학내에서는 해당 전문가 부재와 자금력 부족으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대부분 대학기술지주회사 인력풀은 전문가 영입보다는 교내 교수들로 자체 충당하고 있다. 올해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앞둔 한남대와 한밭대도 산학협력단장이 CEO를 겸직하는 형식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특허청 한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이 특허출원, 기술이전, 스핀아웃 등 기술사업화 관련 전문가가 드물다”며 “교수들에게는 대학기술지주회사 대표가 단지 하나의 보직일 뿐으로 각종 전략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