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 후손들 품으로 돌아 온 백제금동대향로는 올 해로 발굴 20주년을 맞았다. '금동대향로의 세계로'라는 주제로 제59회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등 금동대향로 발굴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 중이다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된 부여군은 금동대향로를 통해 군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각종 액세서리를 비롯해 영상은 물론 음악까지 금동대향로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발굴 20주년을 맞아 금동대향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이용우 부여군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 이용우 부여군수 |
이용우 부여군수는 백제금동대향로가 백제를 대표하는 가장 큰 자산임에 한치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몇 년 전 외부 전시를 위해 보험사에서 백제금동대향로를 평가했는데 당시 3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라며 “그 이상, 아니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백제인들이 남겨준 최고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굴은 공주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문화 연구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섬세하며 아름다운 금속 공예 기술은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을 감탄케 했으며, 백제의 탁월한 교류 능력은 물론 당시 사상이나 체제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 군수는 “백제금동대향로 안에는 봉황과 용, 오악사 등 다양한 문양이 담겨있어 백제를 알릴 수 있는 재료들이 무궁무진하다”며 “금동대향로가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백제금동대향로는 각종 액세서리 등 캐릭터 사업을 비롯해 영상, 음악 등 각종 문화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보다 쉽게 백제 문화의 뛰어남을 느끼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부여군민들의 자긍심이 클 것 같다. 어떠한가.
▲700년 백제 역사에서 최고의 문화적 전성기를 구가하였던 시대가 바로 백제 사비시대다. 그 중심 무대가 현재의 부여다. 이러한 사실은 부여에서 출토되는 각종 유물과 유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남아있는 고대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중국의 선진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백제인의 우수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완성된 문화를 만들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부여군민들은 백제금동대향로를 통해 부여가 고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지였고, 찬란한 문화의 시대를 열었던 백제인의 후예라는 것에 매우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이런 자긍심은 지역 정체성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문화재로 인한 각종 규제를 감내하며, 백제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계승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발굴당시 현장 분위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안다. 주변 반응은 어땠는 지.
▲지난 1993년에 능산리고분이라 일컬어지는 백제왕릉원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인접한 구역의 터를 조사하던 중 매우 귀중한 유적이 발견됐다. 바로 백제왕실의 원찰인 능사였다. 이곳에서 450여점에 이르는 유물과 함께 백제금동대향로가 완벽한 형태로 발견됐다. 이러한 완벽한 상태의 유물 출토는 매우 희귀한 사례다. 목곽수조 안의 진흙 속에 묻어두어 공기가 통하지 않은 진공상태였음으로 부식이 전혀 안된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견은 백제유물 발굴에 있어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만한 최고의 성과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 학계를 흥분시킨 바 있다. 또 고대 한반도 삼국시대 중 최고의 문화를 보유했던 찬란한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대단한 발견이다.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백제금동대향로를 이용한 문화콘텐츠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계획은.
▲부여군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백제금동대향로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기억할 만한 사업으로는 백제 사비도성 진입부인 동문 로터리에 백제금동대향로 조형물을 세워 새로운 랜드마크를 조성한 것이다. 또 대향로 종이접기와 오악사컵 등 다양한 백제문화상품을 개발, 판매해 부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백제금동대향로를 통해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더불어 향로 속에 담긴 악기를 복원한 백제 음원복원개발을 통해, 지난 2010 대백제전과 T20세계관광장관회의에 백제의 울림을 알린 바 있다. 현재는 충남국악단을 통해 백제의 울림을 많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부여군은 앞으로도 백제금동대향로를 활용해 백제왕도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뒷받침해 줄 만한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견 이후 능사에서는 사리함을 보관했던 석조사리감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사찰을 창건한 시기와 창건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전면적인 발굴조사로 사찰 전체영역이 확인돼 백제시대 가람배치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굴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유적정비 사업을 추진해 금년 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백제문화단지에는 능사가 재현돼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백제 사찰의 원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능사 주변에는 부여나성이 위치하고 있는데, 금년도에 발굴조사를 실시해 성벽의 석축과 명문석, 문지 등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그동안 기록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나성의 정확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부여군에서는 발굴조사된 나성유적에 대해 정비·복원사업을 추진하고자 현재 복원설계 단계에 있다.
또 유적정비사업 완료 후 늘어날 관람객 수를 고려해 신규 매표소를 신축해 곧 이전할 예정이다. 신규 매표소가 신축되면 주차장 규모와 관람동선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표소 철거 후 유적 경관과 부합되는 자연적 경관을 조성하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와 나성의 유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자료관을 신축해 관람객들에게 유적의 정보를 쉽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처럼 내년에는 백제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사를 중심으로 부여나성과 백제왕릉원 주변 지역에 대한 정비·복원사업이 완료돼 유적지 경관과 관람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백제 유적지인 부여, 공주, 익산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부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백제금동대향로는 그동안 발견된 백제유물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걸쳐 최고의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금동향로의 제작술은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하기 매우 까다로울 정도로, 백제인의 우수한 공예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독창적인 향로 외형의 디자인을 통해 백제인들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조명해 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다. 지난 2011년. 문화재청에 의해 부여와 공주, 익산의 역사유적을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등재 우선대상 목록에 선정됐다. 현재는 2015년 등재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세계유산등재를 위해서는 해당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반듯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백제왕도 부여에서 출토된 유물은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보물이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이 유적과 유물을 찾아 우리군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군은 이에 대비해 유산을 홍보할 수 있는 자료 및 전시관의 확충은 물론 문화유산에 대한 홍보자료를 지속적으로 제작·배포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역사관광도시인 부여의 관광 인프라 확충과 관광객 편의 증진을 위한 노력이 있다면 밝혀 달라.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부여는 123년간 백제의 수도로서 많은 찬란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정림사지와 부소산성, 궁남지 등 대표적인 문화유산 뿐만이 아니라 백제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적들이 남아 있거나 새롭게 확인되고 있다. 도심 전체가 노천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군에서는 관광객의 접근성을 강화시키고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표사업으로는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궁남로와 성왕로 가로수정비사업을 실시해 전선 지중화 및 스토리 보도설치 사업 등 도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고도보존 및 육성사업을 통해 사비왕궁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조사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계획돼 연차별로 추진 중에 있다. 최근 들어 백마강을 이용한 수상관광 활성화 사업에도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수상레포츠와 황포돛배를 이용한 수상관광, 백마강변 둘레길 조성사업이 완료돼 관광인프라가 크게 확충됐다.
-부여와 공주 일원에서 제59회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그 의미는.
▲올해 열리는 제59회 백제문화제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굴 20주년을 맞아 '금동대향로의 세계로'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 중이다. 부여국립박물관은 27일부터 11월 24일까지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20주년 기념 특별전 '하늘에 올리는 염원, 백제금동대향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박산향로와 백제금동대향로에 담긴 고대문화의 상징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마련됐으며, 중국과 한반도의 박산향로를 특별 전시 중이다. 또 백마강 부교내 수상무대에는 향로를 중심으로 오악사와 동물 등 20여종의 유등을 설치하여 백제문화제를 찾는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막식 주제공연으로 '백제금동대향로의 비밀'이라는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가 17분 동안 펼쳐지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는 내년에 개최되는 제60회 백제문화제의 전초적인 성격이 강하다. 백제문화제는 부여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백제대제 집행위원회'가 구성돼 '백제대제'를 진행한 것에서 비롯됐다. 내년에 60주년을 맞는 백제 문화제는 역사성이나 개최 횟수에 있어서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내년에는 부여에서 개막식을 갖는 등 부여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으로 백제 문화의 정수를 선보일 것이다.<끝>
● 이용우 군수는
-단국대학교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정치학박사과정 수료
-국회의원 보좌관(전)
-(사)부여노인복지원 이사장(전)
-국립한밭대학교 겸임교수(전)
-대통령직속 제2기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대담=김덕기 편집부국장 겸 지방부장ㆍ정리=이상문ㆍ여환정(부여 주재)기자
사진=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