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그늘' 임금체불 늘어… 근로자 민사소송 불사

대전 8월 2497곳 216억여원

대덕산업단지 내 A염색가공 업체에서 근무한 김 모 씨는 회사 사정으로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임금이 밀리자 김 씨는 지난해 7월 A염색가공 업체를 그만두고 직장을 옮겼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청에 임금체불을 신청했지만 A염색가공 업체 대표는 임금 등을 지불할 여력이 없다며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씨는 대전지방법원에 임금과 퇴직금 등 민사소송을 걸어 승소했지만, A염색가공 업체 대표의 소유권인 토지와 건물 등의 경매가 이루어 지지 않아 기한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이 50여명이 넘는다. 이들과 함께 민사소송 내 승소하면서 경매가 이루어 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하루빨리 경매가 이뤄져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임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까지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체불된 임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다니던 직장이 경매절차에 들어갔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누구 하나 선뜻 경매에 뛰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와 대전고용노동청 따르면 임금이 체불돼 민사소송과 임금체불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 올 8월 말 현재 대전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임금체불 사업장은 2497곳에 8927명 근로자가 216억4900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이 중 1944곳 사업장에서 7302명의 근로자가 150억7200만원의 체불임금을 받았지만, 553곳 사업장, 1625명의 근로자들은 65억7700만원의 임금을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53곳 사업장 5494명 근로자 188억1100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 1758곳 사업장 3366명의 근로자가 95억2600만원의 체불임금을 받았지만, 595곳 사업장, 2128명 근로자가 92억85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지난해와 비교하면 141곳 사업장, 3430명의 근로자가 28억3800만원이 증가했다.

이처럼 대전지역은 매년 1500여명의 근로자가 60억원이 넘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벌이는 근로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임금체불 근로자가 지난해 대비 늘면서 문의도 많아졌다”며“기업 또한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안 돼 근로자들의 민사 소송도 지난해 보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