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원 증자 등 기간내 조건부 이행절차를 완료하지 못했음에도 예비사업시행자로서 자격을 유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해청이 지정해제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간끌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일 황해청에 따르면 당진 송악지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중국계 기업이 지난달 30일 13억 달러 규모의 투자확약서를 제출했다. 투자확약서를 제출하면서 황해청은 사업시행사 조건으로 사업자 당진테크노폴리스의 인수와 160억원 이상 증자를 내걸고 지난달까지 조건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최근 당진테크노폴리스를 인수한 해당기업은 160억원 증자를 아직 이행하지 못해 정식사업시행사로 선정되지 못했고, 황해청은 정식사업시행자 선정을 다시 연기했다.
인주지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당초 투자문의 했던 기업이 지난달 황해청 평가위원회에서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은 경제자유구역 조건인 투자적격 기준 BBB(트리플B) 등급에 적합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했으나 자본금 부문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사업시행자가 지난달 황해청 평가위원회에서 자격미달이라는 판정을 받은 상태여서 더욱 형편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황해청은 종전 사업시행자였다가 사업을 포기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투자를 문의하는 다수 기업을 상대로 투자추진을 하고 나섰다. 송악지구와 인주지구가 또다시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주민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수년째 토지가 잡혀 있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구해제를 하지 않는 것은 황해청이 예비사업시행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이들 지구는 내년 8월 초까지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일몰제에 따라 지구지정 해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실시계획 설계에 1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늦어도 연말까지는 사업시행자 선정을 마쳐야 한다.
이에 대해 황해청 관계자는 “사실상 마지막이나 다름없다는 심정으로 정식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려고 했으나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쉽게 지구해제를 하기도 힘들다”며 “송악지구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고 인주지구도 다각적으로 사업시행사를 찾고 있어 법적 기한인 내년 8월까지 사업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해경제자유구역은 대중국 무역전진기지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2025년까지 18년간 7조4458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구상됐으나 지속된 경기침체와 사업시행자 선정실패 등으로 2011년 서산 지곡지구와 화성 향남지구가 해제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포=박태구·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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