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선]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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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당신…

[중도시감]고미선 편집부장

  • 승인 2013-10-03 13:04
  • 신문게재 2013-10-04 17면
  • 고미선 편집부장고미선 편집부장
▲ 고미선 편집부장
▲ 고미선 편집부장
가을을 타는가, 슬픈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말에 지인은 프랑스 영화 '아무르(Amour)'를 권해주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들은 넘쳐나고 사랑을 다룬 명작들도 많지만 이 영화는 뭔가 달랐다. 글쎄,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랄까. 치매에 걸린 부인을 뒷바라지하는 80대 노부부의 끝을 향한 지루하고 절망적인 현실, 그러나 그 순간조차 “아름다워, 인생이”라고 말하는 묵직한 사랑이 담긴 영화 '아무르'를 감상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긴 병에 효자없다'는 옛말이었다. 인생의 마지막이 저리 힘들면 살고 싶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과 함께 '늙는건 역시 슬프구나'라는 두서없는 결론도 내리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섬뜩한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인 이 영화는 노인복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노인의 날이 가까운 10월쯤이면 언론에 자주 인용된다. 영화 제목이 한국의 현실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던 기초노령연금을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분들에게만 차등 지급한다”고 밝히며 대선 핵심공약이 후퇴한 것을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사과했다.

정부는 이와같은 기초연금 계획을 2일 입법예고하고 공식 여론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수령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줄어들게 설계했으며,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없는 노인은 최대 수령액인 20만 원을 받도록 했다. 이로인해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약속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토닥이며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말을 믿어보려고는 하지만 空約으로 돌아온 公約에 국민들이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대선때 “늙은이들한테 왜 돈을 써, 손주들 보육비나 올려주지…. 나중에 예산 씨마르면 너희들만 고생일 텐데….”라고 자식걱정 하시던 부모님조차도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 두 배 인상'이라는 말에 오래 묵혀두신 한 표를 찍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토록 원칙을 강조한 박 대통령이 못주겠다고 돌아서야만 했던 결정적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자식의 부담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기초연금 같은 건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 발언하는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노인들은 뿔난다.

지난 1일자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고령화 가속으로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전시민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11살인 딸아이가 28세가 되는 17년후엔 노인부양의 짐이 부모세대보다 두배이상 커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는 곧 고용시장의 고령화도 의미한다. 1955~1963년생의 베이비부머들이 2000년대 들어 고령연령으로 진입하면서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은퇴를 하지 못하고 생계를 이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55~64세 사이의 고령층 고용률은 6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7위이며 OECD 국가 고용률(2011년 기준)에서 청년 고용률은 하위권이라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부모 세대는 노후에도 일 해야만 하고, 자식세대는 취업하기 힘들어 울고, 손주 세대에는 부모와 그 부모를 부양하는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광고에서도 흔히 말하는 '유병장수 시대'에 발맞춰 개인의 노후준비와 함께 국가의 복지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의 국민연금을 깎아먹는 기초연금법 말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의 노인복지의 해법의 접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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