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에 600원 '동전딱지'… 상술에 멍드는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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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에 600원 '동전딱지'… 상술에 멍드는 동심

캐릭터 딱지에 동전끼우는 홈, 추억의 놀이가 돈 따먹기 변질 판매업체·문구점 상술 도넘어… 도박·게임중독 고스란히 노출

  • 승인 2013-10-02 17:28
  • 신문게재 2013-10-03 5면
  • 조성수 기자조성수 기자
●초등학생 '도박딱지' 성행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끼워 딱지치기를 할 수 있는 왕딱지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서구의 한 초등학교 문구점에서 학교를 마친 학생이 왕딱지를 구매하고 있다. 
<br />손인중 기자 dlswnd98@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끼워 딱지치기를 할 수 있는 왕딱지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서구의 한 초등학교 문구점에서 학교를 마친 학생이 왕딱지를 구매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속칭, '도박 딱지'가 학교 앞 문구점에 성행하면서 어린 학생들이 사행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나쁜 어른'의 교묘하고 무분별한 상술이 아이들마저 도박의 위험에 빠뜨리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2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문구점 등에서 판치는 도박 딱지는 어린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딱지 중앙에 100원짜리 동전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홈이 패여 있다. 개당 가격은 500원으로, 아이들은 홈에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딱지치기를 한다.

▲추억의 '딱지치기' 도박으로 변질=딱지치기 방식은 단순하다. 과거 종이 딱지치기 방식과 같다. 다른 점은 100원짜리 동전까지 함께 가져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딱지를 내려쳐 상대방 딱지를 뒤집으면 딱지를 가져간다. 딱지 속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도 가져간다. 결국, 500원짜리 플라스틱 딱지와 100원짜리 동전 등 한 판에 600원짜리 딱지치기 게임이 되는 셈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딴 도박 딱지로 개당 몇백원의 현금거래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유행처럼 퍼져 있다.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모두 게임캐릭터가 그려진 딱지와 돈을 위해 쉽게 빠져들고 있다.

문구점에 만난 초등학생 서모(10) 군은 “친구들끼리 딱지치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모은다. 많이 가져가는 학생은 하루에 딱지를 수십장씩 가져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사행성 조장하는 상술=아이들의 딱지세계는 결국 어른들이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캐릭터 등을 내세워 딱지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딱지를 판매하는 업체는 '합체 딱지에 코인을 넣으면 파워업'이란 문구를 광고하며 코인을 끼워넣고 게임을 할 것을 대놓고 권장하고 있다. 파워업 합체시스템이 탑재됐고 코인합체 시 능력이 배가 되며 특허출원까지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코인 대신 홈 크기에 맞는 100짜리 동전을 끼워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춰 주변 문방구에서 30여분간 지켜본 결과, 딱지를 사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동전을 넣어 딱지치기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벌써 도박을 가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구점 관계자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20개 들어 있는 딱지 세트는 9000원에 판매된다. 왕딱지를 구매하기 위해 9000원 짜리 세트가 많이 팔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지연 대전아동가족상담센터 실장은 “아이들의 관심을 악용한 일종의 도박이다. 아이들은 돈을 딴다는 생각보다 캐릭터를 모은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도박에서 느끼는 쾌감을 겪은 아이들은 도박과 중독성이 강한 게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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