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문제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들은 이번만큼은 선거구 증설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선거구 증설 방안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전투구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쟁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시기적 여유=선거구 증설이 적용되려면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빠른 것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선거구 증설 문제가 부상했지만 다급한 분위기에 함몰됐다. 또 선거에 맞물린 각 당의 사정마저 겹치면서 지역 입장은 뒤로 밀려났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증설에 대한 지역 관심을 다시 한번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이 적기임은 분명하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지 기반이라는 문제를 넘어서려면 대전시장과 자치단체장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차기 단체장들이 공약을 통해 선거구 증설에 대한 견해를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강창희 국회의장과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배출됐다는 점도 정치적 영향력에 밀릴 수밖에 없던 과거에 비해 매우 낙관적인 상황이다.
▲정치권 공감=정치권은 선거구 증설에 대해 공감하며 뜻을 합치기로 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호남 보다 충청 인구가 더 많음에도 실질적인 정치 입지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여야를 떠나 충청권 전체가 결집해 다음 총선에서는 호남지역과는 의석수가 균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재선 전 의원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호남지역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거구가 적은 기형적 정치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며 대전시 선거구 증설을 주장했다.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충남북(세종시 포함) 인구수가 광주·전남북보다 많아 졌음에도 국회의원 선거구는 호남이 충청보다 6개나 많은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대전시당 측도 성명을 통해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성명서를 통해 “그간 지역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행정구역 개편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충분한 명분을 가진 만큼, (민주당은) 선거구 증설을 위한 향후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며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본보가 확인한 결과 내년 대전시장 후보들 역시 대전지역 선거구 증설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설 방식 의견차=지역 정치권은 선거구 증설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 방식에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장우 위원장은 여야 간의 만남을 통한 선거구 증설을 추진하자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들의 통큰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상민 민주당 시당위원장과 만나 이 문제를 공조·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상민 시당위원장은 협의체 구성을 통해 추진하자는 의견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구 증설이 달성되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며 “선행적으로 대전시와 5개 구청의 합의, 시·구민들의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만큼, 추진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구 증설 방식에서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장종태 대전시당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구 일부 지역을 떼주며 유성구를 갑·을 선거구로 증설시키는 방식은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박환용 서구청장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서구의 일부 지역 분리를 통한 증설 방식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전시장 후보들도 협의체 구성과 행정구역 조정 선개편을 통한 방안 등으로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명백하게 불합리한 대전시민의 권리를 회복하고, 대전시민 표의 가치를 되찾는다는 의미에서 정치권의 열띈 선거구 증설 움직임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17·18대 때도 선거구 증설에 뜻을 함께 하고도 좌절됐다.
때문에 정쟁을 떠나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으며 방법론과 해법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한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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