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야생동물 극성 '농민 시름'…작년 도내피해 13억

전국의 11% 달해 목책 등 예방시설 설치 국비지원 늘려야

충남도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수확기를 맞아 개체수가 증가한 고라니와 맷돼지 등의 유해동물들로 인해 농가들의 시름은 점점 커져가는 분위기다.

25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1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전국 피해규모인 121억원의 약 11%에 달하는 수치로, 도내 유해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야생동물별로는 고라니가 전체의 약 50%를, 맷돼지는 약 30%를 차지하는 등 이 두 종류의 동물에 의한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농작물 피해현상은 수확기를 맞아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보령시의 유해 동물로 인한 피해신고는 올해 7월 17건, 8월초 11건 등으로 최근 들어 30여건이나 접수됐다.

보령에 거주하는 이 모씨(64)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밤사이 야생동물 발자국이 많아지면서 채소류에 대한 피해 또한 늘어났다”며 “주변의 맷돼지나 고라니 같은 유해한 동물이 습격할 때면 잠을 청하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해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를 위한 지원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도는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예방 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재정적인 부담을 이유로 섣불리 설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원되는 사업비는 국비 30%, 지방비 30%인데 반해 자부담은 40%로 높아 농가들의 부담이 가중돼 설치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212만원에 달하는 전기총격식 목책기 설치를 위해서 농가들은 85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고라니 포획기피 경향도 문제점중 하나다.

수렵인들 사이에서 “고라니를 잡으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나돌고 있어 포획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해예방 시설 설치비의 국비부담을 상향토록 환경부에 건의했다.

자부담 비율을 20%로 낮추는 대신 국비지원을 증액, 피해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전략이다.

고라니 등 포획기피 동물에 대한 포획 포상금 지급 방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개체수 증가와 서식지 훼손으로 인한 먹이 부족으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농업인들이 피땀 흘려 가꾼 농작물이 야생동물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개체 수 조절과 피해 예방시설 설치, 피해보상금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승호 기자 bdzzak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