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초등학교 시절에 서울을 구경하는 것은 모든 시골아이들의 꿈이었다. 대부분의 시골학교에서는 졸업반 아이들의 졸업여행을 서울구경으로 잡곤 하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울로 가는 졸업여행의 꿈도 함께 커가곤 했다. 서울로 가는 졸업여행 날짜가 정해지면 마을 어른들까지도 어린아이들에 못지않게 들뜨곤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서울구경이었기 때문에 명절 때 새옷을 마련하는 것처럼 새옷과 새신발 등을 준비하고 서울에서 쓸 용돈을 마련해 주느라 분주하였다. 학교에서는 졸업여행을 위해 당시만해도 흔하지 않았던 관광버스를 준비하고 여행 경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졸업여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애쓰기도 했다. 평소에는 고무신 밖에 신어보지 못했던 아이들 가운데는 처음으로 운동화를 신고 서울구경에 나서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용돈을 손에 쥐고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꼬깃꼬깃 잘 챙기기도 했다.
서울 아이들처럼 교복이나 교모는 없었지만 학교에서 나름대로 마련해준 모표달린 모자를 쓰고 가는 경우도 있어서 어깨가 들썩이고 발걸음이 가볍기도 했다. 처음 구경하는 서울과 서울사람들, 서울말씨, 교복과 교모를 입고 다니는 서울 아이들….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이었다.
서울 구경에서 돌아온 뒤로는 서울을 구경하는 동안에 생겨났던 여러 가지 일들이 무용담처럼 회자되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여관에서 잠을 자면서 친구들끼리 장난쳤던 일, 새신발을 잃어버렸던 일, 어디가나 있었던 야바위꾼 아저씨들의 꼬임에 용돈을 다 썼던 일 등, 마을 어른들은 서울 구경 시켜준다고 귀여운 어린 아이들을 보면 양쪽귀와 턱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서울쪽을 바라보고 쭉 들어 올리면서 “서울보이니?”하곤 했다.
어떤 경우에는 어린아이들이 서울구경시켜 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 그만큼 서울 구경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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