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유력한 수단이 선거구 증설이다. 그런데도 2007년, 2011년을 전후해 거론됐지만 표의 등가성 회복 시도가 구체화되기 전 정치적인 벽만 실감한 채 흐지부지됐다. 지역의 움직임도 증설 촉구 수준에 그쳐 본격적인 공론화 시도 자체가 무르익지 못했다. 불합리한 불균형 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국가적인 대표 기관을 확대하자는 지역적인 공감대가 미약했고 뒷심이 될 추진체도 없었다. 선거구가 기득권 보호 유지 수단이 되는 현실정치의 한계로 지역 정치권은 결속력을 갖추지 못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까지 신설 및 증설 추진의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었다.
지금처럼 불합리한 선거구로 인한 기형적인 정치 구도의 최대 피해지역이 바로 충청권이다. 충청권 유권자들이 과소대표되는 현상은 중앙정치권의 역할을 위축시킨다. 정치·경제적인 불이익 외에 분권, 균형발전의 기준에 맞지 않음은 물론이다. 의원 정수가 어떻게 획정되든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선거구 불균형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대전 선거구만 봐도 기준을 충족하는 원칙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전남보다 인구가 18만 정도 많으면서 국회의원 정수는 2명 적은 충남도 마찬가지다. 최근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처음으로 추월한 사실도 형평성 제기에 있어 부각시킬 만한 호재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제는 많다. 아무리 요건을 충족해도 필요성과 당위성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제도와 절차로는 국회 입법화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견된다. 지역 정치권의 협력 이상의 끈끈한 공조가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는 정치력, 정파를 초월한 정치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 정당 간 이해득실만 따지다 총선 직전 졸속 처리되는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어떤 점에서 선거구 증설은 지역민의 헌법적 권리 찾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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