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자치단체는 앞서 17·18대 국회때 선거구 증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뜻을 함께 했었다. 하지만, 당시 정치적 이해득실과 행정·제도적 한계 등을 극복하지 못하며 실패로 끝났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후보들의 입장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시금 부상한 선거구 증설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려면 지역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충청권 선거구 증설과 관련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대전이다. 대전은 인구(2013년 6월 기준)가 37만명이나 적은 울산과 국회의원 수가 6명으로 같다. 반면에 인구가 비슷한 광주에 비해서는 국회의원이 두명이나 적다.
인구 등가성을 따져봐도 충청권은 영호남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같은 상황에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20대 총선에 앞서 지역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면 대전지역 선거구 증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호남보다 충청 인구가 더 많음에도 실질적인 정치 입지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여야를 떠나 충청권 전체가 결집해 다음 총선에서는 호남지역과는 의석수가 균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충청권이) 호남보다 다섯 의석이 적은데, 국회의원 한 명이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다면 매년 5000억원씩 손해보는 것”이라며 “대전시민의 의지를 모으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충남도까지 선거구를 증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위원장은 실천 방안으로 ▲선거구 증설 추진 특별위원회 구성 ▲충청권 의원들 간 논의를 통한 정치역량 집결 ▲시장ㆍ구청장 선거 출마 후보 선거 공약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들의 통큰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상민 민주당 시당위원장과 만나 이 문제를 공조·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밝히며 공조 의사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성명서를 통해 “그간 지역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행정구역 개편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현재 대전시장과 구청장 대부분이 새누리당 소속인 만큼, 좋은 조건을 갖췄다”면서 “정치권이 힘을 모아 행정구역 개편 여건 조성에 힘을 보태는 만큼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지역 단체장들의 합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어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선거구 증설을 위한 향후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며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선거구 증설을 위해서는 행정구역 개편과 시민적 합의가 선행돼야한다”며 “선거구 증설을 위해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시당위원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취지는 적극 환영하지만, 선거구 증설이 달성되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선행적으로 대전시와 5개 구청의 합의, 시ㆍ구민들의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만큼, 추진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추진기구의 주체는 대전시 등 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정치권 이해와 협의를 위해 이장우 위원장이 만나겠다면, 접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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