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를 발표한 21일 오후 상봉 대상자인 강능환 할아버지가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상봉 날짜를 표시한 달력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중도일보제휴사] |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를 고대했던 가족들은 슬픈 눈물을 흘렸다. 가족을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며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잡은 이산가족들의 허탈함도 말할 수 없게 커졌다.
대전 유성에 사는 이기숙(여·81)씨는 헤어진 조카들을 만난다는 소식에 설?지만, 연기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이씨는 “어릴 적 한집에서 자란 어린 조카들을 만나기를 학수고대했다. 이산가족 신청을 한 건 30년 전”이라며 “오리털 점퍼도 사고 선물도 준비해 상봉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씨는 당시 개성 만월동에서 거주했다. 전쟁통에 어린 조카와 나이가 드신 부모들은 남겨놓고 여동생(당시 18세), 남동생(당시 16세)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일주일이면 돌아올 수 있다고 해 고향을 떠났지만, 영영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헤어진 조카 이강자(69), 이강주(65) 씨를 만나기를 기다렸지만, 상봉 연기소식에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씨는 “선물이야 썩는 물건이 아니니 가지고 있으면 되지만 다시 만날 날이 언제가 될지, 그때까지 근력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은종(67·아산) 씨는 “이것도 운명인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쟁통에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 김복용(생존 시 92세)씨를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아버지는 사망하고 북한에 다른 동생이 있다는 소식에 또 다른 꿈을 꾸었다. 그래도 고마운 게 있다. 김씨는 전쟁통에 아버지가 실종돼 사망한 줄 알았다. 그래도 북한에서 생존하다 돌아가신 사실을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
김씨는 “그래도 고맙다. 칠십 평생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처음 확인했다. 북한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다. 이것만도 참 고마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상봉을 위해 방북했던 선발대 13명과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시설을 점검하던 점검팀 62명 등을 22일 전원 철수하기로 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