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소방법을 위반한채 영업을 하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
●이슈 집중취재-대전 다중이용업소 소방안전실태 들여다보니…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 상태가 미흡해 화재발생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철을 앞두고 유동인구가 많은 둔산타임로 주변 다중이용업소와 지역 백화점, 대형마트의 안전관리 상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법을 위반한채 영업하고 있었다.
매년 대형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유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당국의 개선책이 발표된다. 하지만 제도개선과 소방당국의 지도·단속에도 매년 유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개선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재난의 원인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반복되는 사고에도 안전불감증 여전=1999년 10월 발생한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은 56명의 사망자와 7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참사로 기록돼 있다.
당시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 내부수리 공사장에서 처음 발생한 불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2층 호프집과 3층 당구장에 있던 10대 청소년 등 손님들이 비상구와 비상계단을 찾아 헤매다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진 안타까운 사고였다.
지난 13일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유흥주점 화재사건도 복잡하고 비좁은 통로와 부실한 방염시설, 폐쇄된 비상구 등 허술한 소방시설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가 발생한 유흥주점은 2층에 위치했지만 소화전과 피난유도등,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손님들은 화재로 정전이 되면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비상구와 출입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화를 당했고 그나마 있던 비상 대피로는 잠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다중이용업소는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등 화재에 취약하지만 소방안전점검 체계는 사각지대가 남아있고 업주들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유흥주점은 130㎡의 규모가 작은 영세 업소로 2010년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법)상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다.
또 2~3년마다 일률적으로 실시하던 화재특별점검도 2010년부터는 업소 자체적으로 소방점검을 하는 것으로 내부규정이 변경, 현재는 특별소방점검 기간에 5% 가량의 업소만 표본조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업소는 소화전, 피난유도등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최근 3년간 공인기관의 소방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술한 안전점검체계가 소방사각지대와 화재 발생시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둔산타임로 업소도 사고 발생 가능성 높아=대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둔산타임로 주변 다중이용업소도 많은 곳이 안전관리가 미흡했다.
소방법 제10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본보가 둔산타임로 주변 건물 20곳을 확인해 본 결과 19곳이 피난계단과 복도 등에 크거나 작은 물건을 적치해 두고 있었다.
둔산타임로 메인골목에 위치한 건물 중 2곳은 강화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업소 내에서 흡연이 불가능해지자 유사시 사람들이 대피하는 피난계단에 재떨이와 쇼파 등을 놓고 흡연구역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재떨이와 쇼파 등이 설치된 계단참(계단 도중에 둔 넓은 평탄한 부분)은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정도의 넓이 밖에 안됐다. 건물 내부 복도와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타임월드옥외주차장 인근에 위치한 건물 중 일부는 배너광고물과 음식재료가 담긴 상자, 청소도구 등이 비상구와 연결된 복도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곳도 있었다.
이에 소방관계자는 “원칙은 복도나 계단 등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면 안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바로 치울 수 있는 물건이거나 두 사람이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지날 수 있으면 괜찮다. 대부분 시정명령을 내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백화점, 대형마트도 '뒷전'=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영업을 해야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소방법을 위반한채 영업중이었다.
화재 발생시 비상구가 되는 직원전용 통로는 각종 물품저장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고 소화기가 있어야 할 곳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도 포착됐다.
지역의 A백화점은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곳에 행사 안내 표지판을 세워놨으며, B 백화점은 소화전 앞에 의류판매대를 설치해 소화전을 완전히 열 수 없도록 지장을 줬다.
C아울렛매장은 소화기가 있어야할 곳에 마네킹이 있었고 없어진 소화기는 방화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시켜 놓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매장은 비상구와 지하주차장 관리도 다른 대형매장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었다. 유사시 고객들이 탈출해야 하는 비상구엔 물류박스 등을 쌓아놔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공간만 남겨뒀으며, 지하주차장 내 일부 경차전용주차공간엔 물건을 쌓아둬 주차가 불가능해 보였다.
특히, 주차된 차량 뒤로 물건이 담긴 박스를 쌓아놔 만약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순식간에 큰 불로 번질 우려가 있었다.
D대형마트에선 직원전용이라고 쓰여있지 않은 비상구를 열고 들어가려고 하자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고 해당 대형마트의 직원은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러한 소방법 위반 사례는 평상시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만약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피와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책 미흡=소방법,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지만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보다 더 가볍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상 비상구 폐쇄, 피난을 방해하는 물건적치 행위 등은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소규모 업소엔 부담이 되지만 하루 매출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솜방망이 보다 가벼운 처벌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중대한 위반사항이 아니면 대부분 업주의 사정도 있기 때문에 시정명령만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며 “그러다 보니 소방당국이 단속한다고 할 때만 물건을 치웠다가 다시 설치하거나 내놓는 현상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제도개선으로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급격한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소방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사고는 불시에 발생하는 것이지 예고를 하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평소에도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는 회사나 업주들의 안전의식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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