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재 정책 부실이 붕괴 불렀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문화재 정책 부실이 붕괴 불렀다

  • 승인 2013-09-16 18:35
  • 신문게재 2013-09-17 21면
대표적인 백제 유적지인 공주 공산성(사적 12호)의 성벽 일부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붕괴 원인을 가리기 전에 최근까지 성벽 배부름과 뒤틀림 현상 등 붕괴 위기에 대한 사전 경고는 반복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실한 문화재 관리 능력에 일차적인 화살이 쏠리는 이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일정까지 코앞에 닥쳐 당혹스럽다.

물론 1500년 전 축조된 공산성이 80㎜ 가량의 가을비에 붕괴됐는지 4대강 공사로 인한 구조 변화 때문인지, 다른 제3의 원인인지는 전면 조사를 거쳐봐야 한다. 지금은 추가 붕괴를 막는 일도 시급하다. 중요한 건 구멍 뚫린 성곽만 메울 게 아니고 정밀 안전진단을 거친 근본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금강을 낀 공산성의 특성상 강 수위 변화에 따른 지반 함몰과 지반 변형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문화재 기초조사에 소홀했다는 지적 또한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원인 규명에 있어 성급한 단정이나 추론은 금물이다.

장기적으로는 성곽 자체와 부근의 수중 정밀조사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붕괴된 부분, 곳곳이 균열돼 붕괴 조짐이 보이는 공산성을 땜질하듯 다뤄서는 안 된다. 특정 사업과 무관하다는 선긋기를 앞세운다면 좋은 대처법이 아니다. 금강 수위 변화가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공학적 접근까지 이뤄져야 한다.

조사 범위 역시 붕괴되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성벽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공주 곰나루, 부여 구드래나루와 왕흥사지 등 그동안 훼손이 주장된 부분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점검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대강 탓이냐 비 탓이냐는 갑론을박과 별도로 지질학적 요인의 구조 변형은 언제든 일어날 소지가 있다. 공산성이 오랜 세월을 버텨낸 유적지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보수, 사후 관리로 공산성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여기서 더 이상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문화재 관리 능력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주요 평가 대상이다.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든 석축에 빗물이 스며든 정도의 간단한 진단으로 마감할 사안은 아니다. 문화재를 표피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 데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