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숍… 대전서만 500여곳 생존경쟁

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숍… 대전서만 500여곳 생존경쟁

한잔당 원가 200원 수준, 특별한 기술 없어도 된다는 인식 탓 '러시' 전국 커피숍 5년새 7배 증가 불구 1인 소비량은 작년比 13% 줄어

  • 승인 2013-09-15 15:31
  • 신문게재 2013-09-16 3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 국내 커피시장 포화로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전 둔산동 선사유적지 주변 상가 1층에 커피전문점들이 마주보고 들어서 있다./손인중 기자
▲ 국내 커피시장 포화로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전 둔산동 선사유적지 주변 상가 1층에 커피전문점들이 마주보고 들어서 있다./손인중 기자

●'우후죽순' 커피전문점 휴폐업 속출

#1. 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3년 전 커피에 관심이 생겨 공부를 하다 창업을 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최근 주변에 커피전문점들이 늘어나면서 수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얼마 전 옆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10~15%나 줄어들었다”며 “주변건물에 인테리어 공사만 해도 커피전문점이 생기나 불안함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2. 얼마 전 개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B씨는 우연히 커피전문점 수익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한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를 오픈 한 뒤 한 달 동안에는 괜찮은 수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근처 건물에 새로운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A씨는 결국 커피 가격을 낮추며 경쟁체제에 돌입해야 했다. B씨는 “평소 커피를 좋아하고 별로 힘든 일이 아닌 것 같아 시작했다”며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몇 개 생기면서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싸움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겉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속빈강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일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커피 제3의 물결'이라고 불리며 커피문화가 빠르게 국내시장에서 발전했다.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같은 유명 체인점이 인기몰이를 하며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성장해 왔다. 여기에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가세하며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 포화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전도 커피전문점 우후죽순=전국의 커피 전문점 숫자는 2007년 2305개에서 지난해는 1만5000여 개로 5년 사이 무려 7배 가까운 증가를 보였다.

대전의 경우는 카페베네(43개)와 엔젤리너스(36개), 스타벅스(15개), 할리스(11개), 이디야(10개) 등 200여개의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있다. 개인 커피전문점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500여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번화가인 둔산 타임로 일대는 커피전문점들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실제로 타임로 주변 커피전문점 시장을 조사한 결과 20여개의 커피전문점이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직영 브랜드이고 10여개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으로 나타났다.

제과점 및 패스트푸드점들이 최근 커피전문점과 같은 카페형으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점포수 증가세도 매년 커지고 있다. 대덕구에 따르면 대덕구의 경우 2009년 7개, 2010년 7개, 2011년 15개, 2012년 25개, 2013년 현재까지 15개의 커피전문점이 신규 등록을 했다.

서울 커피전문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앞으로 대형 업체들이 지방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브랜드 500m 신규 출점 금지가 크게 작용했다.

또 바리스타 열풍 등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고, 소자본으로 비교적 손쉬운 창업이 가능한 만큼 개인 커피전문점도 당분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휴폐업 속출로 업계 '비상'=최근 서구 둔산동 중심 상권에 대형 커피전문점 매물로 나왔다. 유성구 노은동 등 커피전문점 밀집 지역에서도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놓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둔산동의 경우 4~5개의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둔산동에서 5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45)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수익이 괜찮았다”며 “하지만 갑자기 커피전문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업계 관계자 등도 대전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브랜드 커피전문점의 영업이익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며 국내 커피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대 커피전문점의 수익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베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419억원으로 작년보다 11%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5억원의 손실을 보이며 적자로 돌아섰다. 커피빈과 탐앤탐스도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며, 스타벅스의 성장세도 한풀 꺾인 상태다.

우선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연간 1인당 커피소비량을 293잔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3%가 줄은 수치다. 커피 소비량이 줄어들면 자연히 커피전문점을 찾는 손님도 줄어들게 된다.

커피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과도한 출점 경쟁을 한 점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커피전문점 원가가 200원 정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추산)로 낮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개인 커피전문점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경제 불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비싼 커피보다 저가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편의점 커피 매출이 연간 20~30% 증가하고 있다.

▲개인 점포 특화 시켜야=대전도 커피전문점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일부 점포가 문을 닫는 등 앞으로 2~3년간 과도기를 겪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선기 교수(충남대 사회학과)는 “커피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일부 과열 조짐이 보여 일정부분 정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브런치 문화 등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커피 문화가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한 만큼 일정 과도기를 거친 후 지속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한국커피협회 이사로 활동 중인 김나희 교수(청양대 호텔관광외식학과)는 “커피에 대한 수요욕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수준 또한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며 “전문적인 지식과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접근하면 충분히 성공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개인 점포는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가족적인 느낌을 줘야한다”며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커피 대한 지식을 나눌 수 있고, 일이나 공부 등을 할 수 있는 일상 공간이 되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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