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신경외과와 척추외과(정형외과)의 해묵은 갈등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을'일 수밖에 없는 병원이 '갑'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척추전문병원인 대전우리병원의 (대표)병원장 2명은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보험급여비용 조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병원은 2009년 환자 김모(70)씨 등 모두 5명에게 경피적 척추성형술을 한 다음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을 심사청구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관련 규정을 근거로 비용을 280만6216원을 감액했다. 필요없는 수술을 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게 이유다. 병원 측은 불복해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또다시 심사청구를 했지만, 2011년 기각됐다.
결국, 법정을 선택했다. 병원 측은 김씨를 비롯한 5명에 대해 MRI와 X-레이 촬영 등을 통해 급성 압박골절로 진단해 수술했다며 비용을 깎은 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평원은 급성 압박골절이 아니라 진구성(오래된) 골절이라며 지급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의학적으로 급성 압박골절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새로운 충격으로 발생한 골절이고, 진구성 골절은 예전부터 있었고 자연 치유되고 있는 골절이다. 다시 말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골절임에도 병원 측이 불필요한 수술을 했다는 게 심평원의 주장이다.
급성 압박골절이냐, 진구성 골절이냐는 척추신경외과와 심평원 심사기구의 의료진 다수를 차지한 척추외과가 오랫동안 대립해온 사안으로 여전히 논란이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지난달 28일 대전우리병원 (대표)병원장 2명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을 위해 재판부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장과 대한척추외과학회장, 대한영상의학회장 등에게 감정과 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회신 결과, 척추신경외과학회장과 척추외과학회장이 공통으로 (일부) 급성 압박골절 또는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 환자 3명에 대해선 심평원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두 학회장의 판단이 완전히 다른 2명에 대해선 심평원의 처분을 인정하고 병원 측 청구를 기각했다.
병원 측이 일부 승소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판부가 병원과 심평원 측 모두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의료행위 정보는 의료기관이 독점하므로 진단과 치료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세부사항에서 정하는 인정기준에 해당한다는 사실 증명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단 결과에 잘못이 없는 이상 어떤 치료요법을 취할 것인가는 의사의 재량”이라며 “다만,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정하고 경제적인 진료방법이 선택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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