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충남학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내포신도시로의 도청 이전, 충남지역에서 분리된 세종시 설치 등으로 개성 있는 충남정신 찾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천안학 등이 지역학으로 뿌리 내린 것은 우선 지역민의 공감대다. 그 다음은 뿌리 탐구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발전지향성이 아닌가 한다.
지역학은 지역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이해 속에 지역의 미래를 모색하는 종합학문적인 특성을 지니지만 애향심 고취 이상의 인문학적 흥미도 갖춰야 한다. 충남학 역시 군사학, 여성학처럼 다(多)학제, 간(間)학문, 복합학의 성격을 띤다. 한없이 방대할 수 있어 범위 설정이 중요하다. 잘못하다 지역학이 시작만 요란하고 겉돌거나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
충남학 개설·운영에는 충남도와 지난해 출범한 충남평생교육진흥원 등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하자면 서울학, 인천학, 경남학, 전남학은 대학 연구소가 맡는다. 충북학, 부산학, 울산학, 강원학은 지역발전연구원에 연구센터를 설치한 경우다. 천안학은 천안지역 7개 대학 정규 과정으로 개설됐고 시민·사회단체에도 확산 중이다. 어디서 맡느냐보다 어떤 담론을 생산하고 어떻게 학문으로 묶느냐가 성패를 좌우함을 알 수 있다.
지역 고유의 정체성 찾기가 개념의 모호성에 흐르지 않아야 한다. 충남을 한데 묶다 보면 권역별 다양한 지역성이 희석될 소지가 없지 않다. 강남과 강북이 확연히 갈린 서울의 지역문화가 좋은 예다. 전주시의 전주학도 상당한 학술적 진전을 이뤄내고도 전주정신 찾기에는 실패했다는 초기 진단이 나온 바 있다.
그만큼 지역의 정신을 찾아 구슬 꿰듯 일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역학을 자치시대 지역발전의 촉매로 삼고자 한다면 지역민의 관심 제고와 문제 공유는 기본이다. 또 지역 대학, 평생교육센터뿐 아니라 초·중·고교로도 확산해야 한다. 충남의 정체성과 충남정신을 어떻게 찾을지 더 깊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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