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TV와 라디오는 일찍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라디오는 더욱 그랬다. 작은 통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노래 등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TV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라디오가 귀했기 때문에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집에 모여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유행가를 듣고 그 가사들을 받아 적어서 노래를 익히곤 하였다.
라디오 연속극의 인기는 비길 데가 없었다. 라디오 연속극 시간이 되면 라디오 있는 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속극 듣기에 여념이 없었고, 재미있는 연속극 시간이 지나면 아쉬워하면서 다음 시간을 기약하곤 하였다. 나름대로 연속극 내용을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다음시간에는 이러저러하게 흘러 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였다.
라디오는 첨단기술이었고 어린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라디오의 원리와 부품, 라디오를 만드는 방법 등이 교과서에 실리고 간단한 라디오를 만드는 동아리 활동 시간도 있었다. 실험실습이나 동아리 활동시간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바로 광석라디오를 만드는 일이었다. 광석라디오는 몇가지 부품만 있으면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품을 구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도시에서는 라디오방도 있었고 과학교재를 파는 상점이나 문방구가 있어서 구하기가 그런대로 쉬웠지만 시골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여러 가지 얇은 판이 겹쳐져 있는 것을 요리조리 돌려 주파수를 잡는데 쓰는 “바리콘”과 가늘고 노란 선이 실패처럼 감겨있는 “동조코일”, 광석이라고 하는“게르마늄 검파기”, 안테나, 이어폰 등을 구해서 교과서에 나온 조립하는 방법에 따라 건전지 없이도 작동하는 광석라디오를 완성했다.
애써 조립해 만든 라디오에서 소리가 잘 나오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어떤 경우 안테나 기능이 잘 안되어서 전선에 연결했다가 전기에 감전되어 찌릿찌릿 했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당시에는 100V였기 때문에 망정이지 지금처럼 220V였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당시의 광석라디오 그것은 지금의 로봇에 못지 않은 첨단과학기술이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