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리 가난한 거야~!”
'나는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본보 6일자 6면>
한국소비자원이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발표에 따르면 '나는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 비율이 34.8%로 나타났다. 2007년 응답률인 27.1%에 비해 6년 동안 무려 7.7%나 증가했다. 자신의 소비생활 수준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2002년 80.1%에서 2007년 71.0%, 올해 62.5%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바야흐로 소비시대가 만든 가난이다. 잠을 자고 있는 순간에도 꽂아둔 가전제품의 전기료가 술술 빠져나가고, 문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돈을 내야만 움직일 수 있다. 거리엔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가 넘쳐나고 텔레비전에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전화주십시오'라며 유혹한다. 어제 산 휴대전화를 바꾸라며 낯선 이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한다. 쓸 데는 넘쳐나는데 쓸 돈은 바닥난 현대인의 비애.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마음이 이번 조사 결과에 한몫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계산기를 튕기다가 '얼마면 되겠니?' 혼잣말로 물어본다. 매달 허덕이며 살지 않기 위해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계산이 쉽지 않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따지면 크고 필요한 것만 따지면 작고. 결국 내 욕심에 비례한다. 그러고 보면 월급에 맞춰 살아야하는데 소비성향은 월급을 한참이나 초과했기에 통장도 마음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순환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이 가을, 월급 한 조각 떼어내어 책 한 권이라도 사야 할까보다. 마음이라도 부자가 되려면.
김은주·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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