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강간혐의 40대父, 딸 진술번복에 무죄 선고

피해자 항소심서 “수사기관·1심 진술 허위” 주장

자신의 친딸을 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친딸이 수사기관과 1심 법정에서 인정한 피해 사실을 모두 거짓이라고 진술을 바꾼 게 주요 이유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자신의 딸이 9살 때 강제추행하고 13세 때 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당초 1심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이유는 이렇다.

우선, 딸이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인 충남원스톱지원센터에 출석해 경찰조사를 받은 영상녹화 CD를 확인했고,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는 전문심리위원의 의견도 받아들였다.

또 피해자가 사건 발생 경위와 범행 당시 부친의 말과 행동, 범행 후의 상황 등 중요 부분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도신문 없이 범행 전체에 대해 스스로 진술하고, 이후 조사자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부연설명까지 했다는 점에서 꾸며낸 진술로 보기 어렵다는 게 1심의 결론이었다.

물론,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경찰 진술을 증거능력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근거로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가 수사기관 진술은 모두 허위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친으로부터 추행이나 강간당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4세인 피해자가 법정에서 침착하고 구체적으로 답변했고, 특히 직접적으로 피해 사실을 묻는 질문에도 감정적 동요 없이 명확하게 '그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상담 과정에서 소극적 진술태도와 진술 당시 신뢰관계에 있던 상담원의 동석을 거부하는 등은 없는 이야기를 지어 말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 신빙성을 의심할만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법정에서 모두 자신의 허위진술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고, 진술과정에 제3자에 의한 허위개입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