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환자 MRI 빌려 수억대 보험사기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뇌출혈 환자 MRI 빌려 수억대 보험사기

보험설계사·모집책 등 13명 검거… '신분확인 허술' 종합병원도 쉽게 진단서 내줘

  • 승인 2013-09-05 18:27
  • 신문게재 2013-09-06 5면
  • 조성수 기자조성수 기자
뇌출혈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자신의 것처럼 속여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일 뇌출혈환자의 MRI 사진으로 보험금을 타낸 보험설계사 이모(55)씨를 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모집책, 행동대장, 진짜환자, 가짜환자 등 1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달 19일까지 9개 보험회사를 속여 뇌졸중 확정 진단금이나 질병입원비 명목으로 3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다. 드라마 같은 사기행각은 24년 보험베테랑인 이씨의 손에서 시작됐다.

먼저 이씨는 2006년 뇌졸중환자 A(57)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자신으로 속이고 MRI를 촬영, 3000만원의 진단금을 받았다.

이후 범죄는 조직적, 대담해졌다.

이씨는 지난 2007년 3월 지인 B(52)씨에게 접근해 뇌출혈 환자의 MRI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기로 공모했다. 뇌출혈 환자 A씨를 병원으로 데려가 지인 B씨 이름으로 MRI를 다시 촬영했다. 이씨는 A씨의 머리를 빌려 촬영한 B씨의 뇌출혈 MRI를 대학병원에 가져가 뇌출혈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발급받은 뇌출혈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3000만원을 타냈다. 가짜환자를 진짜환자로 둔갑시키는 수법이다.

역할도 나눴다.

이씨는 범행을 총괄하며 진짜 뇌출혈환자 2명을 섭외했다. 모집책 김모(여ㆍ55)씨 등 2명은 가짜 환자 7명을 모집했다. 이어 행동대장인 사채업자 서모(55)씨는 보험금을 받는 절차를 밟았다. 남편과 여동생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씨는 대기업 보험설계사를 거쳐 현재는 다중보험 판매법인의 소장이다. 이들은 사전 공모한 모집책들을 통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피보험자들만 포섭했다. 공모자들과는 지급받은 진단금을 5대 5로 분배하기로 했다.

이씨는 MRI 촬영에 협조한 진짜 여성환자는 100만원, 남성환자는 500만원의 수수료를 분배했다.

보험사의 뇌출혈 진단금은 500만원~3000만원정도 지급된다. 대리진단으로 보험금수령이 가능했던 것은 병원의 환자 신분 확인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MRI를 촬영할 때도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하다. 대형병원도 신분확인이 부실하며 의료 진료체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일당의 사기극에는 대전의 MRI 촬영병원 3곳, 진단서를 발급해준 종합병원 4곳이 뚫렸다.

양철민 충남청 광역수사대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돈으로 유인 범행에 끌어들였다”며 “보험금 수령 건 등 앞으로 관련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