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펠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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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충성'이라는 단어만큼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아마도 곧바로 군대에서의 '조건 없는 복종' 혹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충성이란 말에서 교련이나 군대를 먼저 떠올리는 한국인들에게 충성은 미덕이라기보다는 의무다.
하지만,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위험한 충성'의 저자는 국가에 대한 헌신은 물론 가족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우정, 반복 구매 고객 등 강한 유대관계를 모두 충성이라 명명하고 이 같은 충성을 '삶의 근본적 미덕'으로 규정한다.
즉, 충성을 '우리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근본 중에서도 근본'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충성'에 대해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관념을 전복시킨다.
사도 바울에서 돈 콜리오네까지, 충성을 생존과 정의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관계와 우정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덕이자 진지한 성찰의 대상임을 다양한 실제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흥미진진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논박한다.
이를 통해 이제껏 제대로 들여다 본 적 없던 충성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충성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묶어주는 밧줄에 비유한다. 개인에겐 안전망과 보험을, 집단에겐 정체성과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충성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 믿음은 집단의 노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더 많은 힘을 부여한다.
이런 설명과 함께 충성은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높은 산을 함께 등정하는 팀원들의 생사를 갈라놓는 실제적인 힘이 되기도 함을 예시한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미덕'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충성이 가진 본질적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목적은 충성을 다각도로 성찰하게 함으로써 실생활의 의미 있는 덕목으로 만드는 길을 제시하는 데 있다.
다양한 유대 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불안과 좌절, 슬픔은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재정의한대로 충성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충성은 수많은 의미를 가진 다층적인 단어임을 알게 된다.
에릭 펠턴 지음/ 윤영삼 옮김/ 문학동네/304쪽/1만 5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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