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섭패 - 전복껍데기 가공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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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섭패 - 전복껍데기 가공기술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3-09-03 14:25
  • 신문게재 2013-09-04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섭패란 상당히 낯선 말 가운데 하나이다. 통영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전복껍데기를 일컫는 말이다. 통영은 예로부터 솜씨 좋은 장인들이 수준 높은 공예품을 만들어 내던 유서서 깊은 고장이었다.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여러 가지 공예품가운데서도 나전칠기가 유명한데, 나전칠기를 만드는 기본 재료인 자개를 만들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전복껍데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복껍데기는 그 자태만으로도 햇빛을 받으면 여러 가지 빛깔과 광채를 띠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어디 비길 데가 없다. 이 전복껍데기를 얇게 가공하여 백골(나무로 짜서 만든 가구, 소반 등 여러 가지 기물)위에 붙여 장식하여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전복껍데기는 단단하기 때문에 얇게 만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선 때깔 좋은 전복껍데기를 잘 골라서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잘 닦아내야 한다.

가장 힘들고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이 단단한 전복껍데기를 갈아내야 하는 일이다. 갈아 낼 때는 되도록 백지장처럼 얇게 갈아내야 하는데 약간의 실수라도 하면 갈라지거나 쪼개지고 만다. 결이나 단면에 따라서 햇빛에 반사되는 빛깔도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 단면을 잘 조정하여 아주 영롱한 빛을 띠도록 정성을 다해야 한다. 백지장처럼 얇게 갈고 나면 아무리 정밀하게 갈아 냈다 해도 흐릿한 빛을 띠게 된다.

이때 가는 가운데 금이 가거나 흠이 있는 것들을 다시 골라내거나 잘라내서 흠이 없는 얇은 판을 만든다. 이 얇은 판을 문질러서 광을 내고 오색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들을 골라서 백골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든다. 백골을 장식하기 위해서는 이 섭패를 가지고 다시 여러 가지 무늬로 만든다. 이 무늬를 만드는 방법에는 주름질과 끊음질이 있다. 주름질은 종이에 여러 가지 무늬를 그리고 섭패를 붙인 뒤 무늬대로 오려낸 다음 백골에 붙이고 종이를 떼어낸 다음 그 위에 옻칠을 하여 완성하는 기법이다. 끊음질은 섭패를 가는 실처럼 길게 잘라서 똑똑 끊어가면서 백골에 붙인 뒤 옻칠을 하여 나전칠기를 완성하는 기법이다. 끊어서 붙인다고 하여 끊음질이라 한다. 요즘은 이 섭패를 만드는 일이 잊혀져 가고 있고 다른 나라의 섭패를 수입하여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전복껍데기로 만드는 오색찬란한 섭패 가공기술이 다시 되살아나서 나전칠기의 명성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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